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친지나 사업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이사회 멤버로 선정,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사진의 독립성 강화가 기업회계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기업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러 기업비리 사건에서 나타났 듯이 이사회가 한 명의 CEO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기업은 말썽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애플컴퓨터의 경우 스티브 잡스 CEO 외 이사는 4명뿐이다.

잡스 CEO는 현재 지난 9월 이사직에서 물러난 친구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

엘리슨 회장이 애플 이사직을 사임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그가 애플 이사회에 참석한 횟수는 다른 이사들의 절반도 안된다.

또 다른 이사인 빌 캠프벨은 애플컴퓨터의 회계감사 위원장이다.

그는 지금은 비록 애플사와 무관하지만 전에는 애플직원으로 근무했고,자신 소유의 소프트웨어기업인 클레어리스를 애플에 매각했다.

제로미 요크 이사는 애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마이크로웨어하우스의 CEO다.

잡스가 이런 인물들을 이사로 앉힌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지난 2000년 1월에 일어난 사건은 애플 이사진의 구성이 왜 잘못됐는지를 보여준다.

그때 애플 이사회는 앞으로 10년간 회사주가가 5%만 오르면 잡스 CEO에게 5억5천만달러 상당의 주식 2천만주를 스톡옵션으로 주기로 결정했다.

또 9천만달러짜리 제트비행기를 그에게 사주도록 했다.

이는 분명히 지나친 처사였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여론의 엄격하고 세밀한 감시에 의해 개선될 수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 퇴직연금)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 중 경영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에 대해 이사진을 교체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캘퍼스는 기업지배구조의 기준을 작성하고,회사나 CEO와 무관한 독립 이사들이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립 이사들은 각각 별도로 CEO를 1년에 세차례 만나 의견을 교환해야 하며,모든 이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1년 간 한 일을 평가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최근 캘퍼스가 경영실적 부진업체로 지목한 62개 기업들의 지난 5년간 주가동향을 조사해 본 결과,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S&P500지수 상승률의 11%에 불과했다.

물론 이같은 사실은 이사회의 독립성이 약한 기업들이 모두 경영난에 봉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워런 버핏 회장이 소유한 투자회사 벅스해서웨이의 경우 7명의 이사들 중엔 버핏 회장의 부인과 아들,사업파트너인 칼리 뮌거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벅셔해서웨이의 경영실적은 우수하다.

버핏 회장은 회사와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가 있는 사람이야 말로 가장 탁월한 이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사진이 부패할수록 회사의 경영실적이 저조하고 기업 윤리의식에 문제가 더 많다는 상관 관계에 비춰 볼 때 독립적인 감시자(독립 이사)들이 유혹과 부패에 빠질 가능성이 작은 게 사실이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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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의 아서 레빗 전 증권거래위원회(SEC)위원장이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when boards are all in the family'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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