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이 최근 부쩍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4.0%를 기록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됐기 때문이다. 미국경제가 이중침체(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세계경제를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조금씩 걷히고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던 우리경제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진 까닭은 소매판매가 거의 모든 업종에서 호조를 보인데다, 특히 자동차와 주택의 판매실적이 좋았던 영향이 크다. 지난달 산업전체 재고수준도 작년 10월보다 2.4% 감소했는데, 그중에서도 내구재 재고는 지난 95년 12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1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경기동향지수도 6.1로 지난달의 -13.1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이번달 추정치 -3.0을 크게 웃돌았다. 소비자신뢰지수 호전은 더욱 극적이다.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엔 9년만에 최저수준인 79.4로 추락했지만 한달만에 다시 84.1로 상승해 연말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달구고 있다. 실업수당 신청자수가 4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고용사정이 좋아진 것도 고무적인 변화다. 그러나 미국경기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미 연준리(FRB)가 연방기금금리(FFR)를 41년만에 최저수준인 1.25%로 끌어내리는 바람에, 경기동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불안한 구석이 많다. 자동차 판매는 다른 업종에 비해 여전히 저조한 편이고, 10월 주택착공 실적도 한달전에 비해 11.4%나 줄어들어 앞으로는 주택부문의 성장촉진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주택착공 실적은 지난 86년 이래 가장 많은 1백44만가구나 되지만, 당초 전망치인 1백71만5천가구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러니 성장세가 뚜렷해지는 내년 이후 FRB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칫 경기회복세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견해에도 일리가 있다. 부시정부가 내년초 추가적인 감세조치를 포함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유럽과 일본이 함께 성장촉진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