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거상 호설암은 '생재지도(生財之道,돈을 버는 비결)'를 말하면서 작은 이익에 얽매이지 말고 멀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밑지는 장사를 하는 듯하면서 나중에 큰 이익을 남겨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사례 한 가지. 그는 원래 전장(청대의 금융기관)을 터전으로 돈을 벌었지만 저장성을 중심으로 '호경여당'이라는 약방 체인점도 경영했다. 호경여당은 개업 초기부터 많은 화제를 뿌렸다. 삼복 더위에 길가는 사람들에게 더위를 식혀주는 단약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단약은 공짜였지만 작은 포장지 위에는 '호경여당'이란 네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무더위에 지친 행인들에게 이 가게 이름은 오래 기억될 게 틀림없었다. 또 조정에서 태평천국의 난 진압에 총력을 쏟고 있을 때 호설암은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고단산환'을 개발해 염가로 정부군에 제공했다. 이런 일로 말미암아 호경여당은 주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됐고 전장과 전당포,생사도매업 등 그가 벌인 다른 사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호설암이 거상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두 정치가 왕유령,좌종당과 인연을 맺은 것도 그의 생재지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미미한 존재였을 때 아무런 조건없이 전 재산을 털어 도와준 것이 10여년 뒤 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재지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음식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성공한 배대열 사장. 그가 주창하는 '거름론'은 참으로 흥미롭다. "돈이란 거름과 같아서 곁에 두면 악취가 진동하지만 척박한 땅에 뿌리면 자양분이 되어 풍성한 수확물을 안겨준다"는 논리다. 가난으로 중학교 졸업장이 전부였던 그는 나이 서른이 다 되어 대학에 들어갔다. 졸업 후 벌인 사업은 식자재 납품업. 그는 자신과 거래하던 2천여개 식당을 눈여겨 본 뒤 직접 식당을 경영하기로 했다. 첫 점포는 경기 하남시 변두리에 있는 '별난 버섯탕집'. 근처에 식당 2곳을 더 열어 이 3곳에서만 연간 2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배 사장의 고민은 식당의 수용 능력을 훨씬 웃도는 손님들.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도 이들이 이 식당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재료를 듬뿍 쓰기 때문이다. 손해볼까 주저하지 않고 거름을 듬뿍 뿌린 것이 풍성한 수확으로 돌아온 셈이다. 생재지도는 결국 돈을 좇는 게 아니라 돈을 뿌려주는 것이 아닐까.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