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나 미주 노선을 타본 사람이라면 장기 비행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게다가 좁은 이코노미클래스에 자리를 잡았다면 여행이 무료함을 넘어서 고통을 수반할 수도 있다. '이코노미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니 말이다. 이럴때 앞좌석 등받이 뒤편의 컴퓨터 화면을 통해 e메일을 확인하거나 채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다양한 채널의 방송까지 나온다면 더 좋다. '커넥션바이보잉(Connexion by Boeing)'의 스캇 칼슨 사장은 "비행이 단순한 이동의 차원을 넘어 여행의 질을 바뀌게 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커넥션바이보잉은 미국 보잉이 2000년 2월에 출범시킨 미래지향적인 자회사로 기내에서 초고속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게 주요 사업이다. 항공기에 전자 제어식 안테나를 설치해 위성과 비행기가 하나의 정보망으로 연결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칼슨 사장이 미국에서 전화 인터뷰를 자청해온 이유는 이 서비스가 초고속인터넷에 익숙한 한국인 승객들에게 얼마나 유용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4개 채널을 통해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 안에서 e메일을 주고 받거나 뉴스 등 TV를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거죠. 동시 접속자 수에 따라 최고 5Mbps에서 최저 56Kbps까지의 속도를 보장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을 볼 때 한국인들은 최적의 미래 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넥션바이보잉은 지금까지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브리티시에어웨이스, 일본 JAL과 계약을 맺었지만 한국 항공사는 아직 고객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칼슨 사장은 대한항공이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9.11테러 사건 이후 유보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회사 출범 1년 반 만에 터진 9.11테러는 이들에게 최대의 위기였다. 커넥션바이보잉이 최근 18개월간 마련한 세 차례의 항공사 미팅에는 15개 회사가 참가했다. 그러나 이는 테러 전 얘기를 주고받던 회사의 숫자에는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칼슨 사장은 하지만 "테러로 인한 침체기가 오히려 항공사와 승객 모두에게 더욱 유용하고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품질은 커넥션바이보잉 서비스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 칼슨 사장은 "새 비행기를 만들면서 안테나를 부착해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보잉이 새로운 사업체를 출범시킨 것은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를 통한 품질의 보장이 이 사업의 관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커넥션바이보잉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은 꼭 입증해야할 숙제다. 루프트한자가 내년 1월부터 런던과 뉴욕간 노선에서 시작하는 서비스는 일단 무료다. 3개월간의 시범 서비스를 거친 후 요금을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품질을 높이면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칼슨 사장의 생각이다. "우리의 목표는 10년안에 전세계를 운항하는 8천대 항공기의 절반이상이 커넥션바이보잉의 고속인터넷서비스를 사용토록 하는 것입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