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출신 CEO들이 재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혹독한 장교훈련을 거치면서 습득한 리더십과 실제 전투경험에서 체득한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경영현장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불확실하고 혼란스런 상황에서도 빠른 결정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난관을 해쳐나가기도 한다. 장교출신 전문 경영인들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SK. 손길승 회장과 김승정 SK글로벌 부회장,SK(주) 황두열 부회장,김창근 구조본부장겸 SK(주)사장 등 핵심 경영진들이 모두 ROTC 출신이다. 김 부회장은 특히 진주고,서울상대,ROTC 등 손 회장의 경력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손 회장은 군대 시절에도 경리장교를 담당,대학과 군대생활을 거치면서 경영기초를 쌓았다. 손 회장은 또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서울 상대와 ROTC 선후배사이로 두 사람의 친분은 이미 재계에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물산 호텔신라에 장교출신 CEO들이 포진해있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장인 황창규 사장이 해군학사장교로 군생활을 마쳤다. 해군사관학교 교관이라는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올해 단일사업부 매출로 10조원을 넘보고 있는 통신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이기태 사장과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부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LCD사업부 이상완 사장도 ROTC 출신이다. 삼성물산은 배종렬 총괄대표 사장을 비롯,정우택 상사부문 대표와 이상대 건설부문 대표 등 사장 3명이 모두 장교출신. 배 사장은 해군 학사장교로,정 사장과 이 사장은 ROTC 선후배 사이다. 허태학 호텔신라 사장과 SI업계 대표주자격인 삼성SDS 김홍기 사장도 ROTC를 나왔다. LG에서는 공군학사장교로 대위로 예편한 박운서 데이콤 부회장을 비롯,이인호 LG애드 사장,허승조 LG유통 사장,어윤태 LG스포츠 사장,양흥준 LG생명과학 사장,허영호 LG이노텍 사장 등이 대표적인 장교출신 CEO들이다. 코오롱에서는 구조조정본부장인 김주성 사장이 ROTC 출신. 98년부터 코오롱 상사분할,무교동 사옥 매각,편의점(로손) 사업 양도 등 굵직한 구조조정 업무를 매끄럽게 추진했다. 그룹의 80여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성과중심의 경영 풍토를 정착시키는 등 뛰어난 조정력과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는 게 내부 평가다. 철강 건설 중공업 전자 통신 유통 등 주요 업종에서도 장교 출신 CEO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 INI스틸 동국제강 등 "철강 빅3" CEO 모두가 장교출신이다. 유상부 포스코 회장은 ROTC출신으로 64년 소위로 임관,66년 전역했다. 유인균 INI스틸 회장은 해병대 중위로 월남전 참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ROTC출신으로 78년 중위 예편과 함께 신입사원으로 출발,사장에 오르기까지 직급을 한단계도 거르지 않고 전 부서를 경험했다. 선친인 고 장상태 회장으로부터 버거울 정도로 원칙에 의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방주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한화 건설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중 사장이 대표적인 ROTC 인맥. 통신업계에서는 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이 공군학사장교 출신이며 한화의 정보통신부문을 맡고 있는 최상순 사장이 ROTC를 나왔다. 유통에서는 올해 6조원대의 매출을 기록,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세계의 구학서 사장이 ROTC 인맥을 잇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 LG전자와 더불어 "가전 빅3"로서의 영광을 재현을 목표로 이달 새 출범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김충훈 사장이 대표적인 인물. 김 사장은 경리장교 출신 답게 효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겸 재무본부장을 맡은 경력을 갖고 있다. 전 한라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낸 황한규 만도공조 사장도 ROTC 출신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 CEO들은 장교출신다운 빈틈없는 일처리와 결단력이 공통된 특징"이라며 "외환위기 당시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돋보이는 경영수완을 인정받는 등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