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파생금융상품과 연계시킨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보도다. 예수금의 일부를 주가지수 선물이나 옵션 등에 연계해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최고 연 15%의 금리를 주지만,주가가 떨어지면 원금만 돌려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투기성이 강한 예금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들이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은행의 당연한 임무이자 고객의 상품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면이 있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5%대로 떨어져 있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효 이자율이 1%대에 불과한 상황이고 보면 고객유치 차원에서도 신상품 개발의 필요성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은행이 예금상품에 투기성을 가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시되는 예금상품의 본질을 흐리고 투기심리를 부채질할 소지가 크다. 공신력 있는 은행이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파생금융상품 연계형 정기예금을 취급한다는 것은 예금자로 하여금 선물·옵션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꼴에 다름 아니다. 그러잖아도 한국의 주가지수 선물·옵션시장은 개설 5년만에 세계 최대 규모(거래량 기준)로 성장할 만큼 투기성이 강한데,은행과 예금자까지 가세한다면 그야말로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한푼의 이자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은행의 자산 운용능력과 신뢰성마저 크게 의심받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을 염려한 일부 은행이 개인별 예금가입 한도나 전체 상품의 규모를 제한하는 등 틈새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투기성 예금상품은 건전한 저축 분위기를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상품설계를 잘해도 선물·옵션투자에서 원금손실을 볼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