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자(CTO)는 연구개발(R&D)프로젝트가 기업 마케팅전략과 최대한 연계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산하 CTO클럽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미국 듀폰의 토머스 코넬리 CTO(수석 부사장·50)는 21일 "마케팅과 동떨어진 연구프로젝트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연구개발과정에서 마케팅 전략을 염두에 두는게 CTO의 위상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코넬리 부사장은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전략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미리 예측한 뒤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듀폰의 경우 기술과 마케팅 분야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CTO가 한달에 두번 열리는 최고경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으며 사업부 기술책임자들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기술위원회를 통해 마케팅 책임자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CTO는 다양한 기술분야를 서로 연결시키는 가교역할을 합니다." 그는 "미국에선 CTO들간 공식·비공식 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린다"며 "듀폰의 미래전략사업으로 꼽히고 있는 생명과학,전자분야의 CTO들과 수시로 만난다"고 말했다. 미국의 화학기업들 중 85%가 CTO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는 회사로서 가장 힘든 한해였지만 R&D비를 줄이지 않았다"며 "이는 연구의 지속성을 보장하고 연구원의 사기를 꺾지 않기 위한 배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듀폰의 매출은 2000년에 비해 11% 감소한 2백40억달러에 그쳤지만 R&D비는 이전 수준인 12억달러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기존 기술에 의존하는 '현상유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장'위주의 R&D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코넬리 부사장은 "작년 듀폰 매출의 24%가 지난 5년간 개발된 제품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이 비중을 2005년께는 33%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공계 기피는 글로벌한 현상"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초등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과학교육프로그램을 마련,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넬리 부사장은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화학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듀폰에는 1977년에 입사해 25년째 몸담고 있으며 2000년부터 CTO 겸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