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에서 연 1천%의 초고리가 성행하고, 인체포기각서 등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가 극성을 부리자 국회는 이자제한법은 부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률'을 제정해 지난 10월2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최고이율을 정하는 종래 이자제한법과 사채업자를 양성화하고자 입법했던 일본의 대금업법을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법령에서 제한최고이율은 논란 끝에 연 66%로 정해졌고,대부업자에게는 등록을 의무화하고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를 규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의도와는 다르게 사채시장에는 여전히 연 1백50% 이상의 고리채가 만연하고,대부업체간 약육강식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토종사채업자는 사이버 사채업으로 모습을 바꾸거나 사라지고,대신 영업노하우와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계 대금업체가 우리 사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 대금업체는 대출잔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이자수익만 연 1천여억원에 이르고 있다. 일본 대금업체가 우리나라에서 활개를 치는 이유는 자국의 연 20% 미만의 엄격한 사채이율과 영업 규제를 피해 우리나라에서 연 1백%의 이율만 챙겨도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일본 대금업체들은 심지어 우리 금융회사로부터 저리로 대출받아 고리채영업을 하고 있다. 대부업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처음부터 문제점을 안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째,이 법은 사채업자가 등록하지 않으면 아무 효험을 발생시킬 수 없다. 사채업자가 정부 의도대로 양성화될까. 연 1천% 이상의 고리로 재미를 보고 있는 사채업자들한테 '연 66%의 이율을 보장해 줄테니 등록하라'고 해서 쉽게 양지로 나오리라고 보는 것은 안이하고 순진한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이 10월28일부터 대부업 등록을 받은 결과 약 4천7백개로 추정되는 대금업체 중 불과 3%선인 1백50여개 대형업체만 등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제도시행 초기에 등록해 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등록을 미루는데다 연 66% 상한선인 이자율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 기피의 가장 큰 이유다. 둘째,대부업법은 3천만원 이내의 개인 또는 소규모법인을 대상으로 한 여신에 제한이율을 설정하고 있으나,이에 해당되지 않는 여신은 고리에 그대로 방치되는 문제점이 발견된다. 셋째,최고제한이율이 지나치게 높다. 우리나라 이자제한의 역사를 보거나 외국을 보아도 최고이율을 연 40%로 한 예를 찾아 보기 어렵다. 최고이자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자제한의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다. 지금의 사채시장은 그럼 어떻게 규제해야 할까. 고리를 규제하는 방법에는 제한이율을 설정해 고리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과 대부영업에 관해 통제하며,특히 채권추심행위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단속·처벌하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규제 대상에는 대금업자에게는 물론 개인간 고리채무도 포함시키는 것과 대금업자에게만 국한해 규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우리 대부업법은 대부업자에게 최고이율을 제한하고 대부영업도 단속하려는 것으로 의욕은 좋으나 자칫하면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 우선 현행 대부업법을 개정해 과도한 고리영업을 처벌 내지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고,제도금융권은 물론 대부업자를 비롯한 개인간의 채무에도 모두 적용되는 이자제한법을 조속히 부활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일본도 전후와 1980년대 초 고리가 극성을 부렸지만,이식제한법을 비롯 대금업법 출자취체법을 총동원해 고리채 문제를 겨우 안정시킨 경험이 있다. 사채시장은 기본적으로 지하경제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사채시장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단속하는 작업과,제도금융권은 체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서민들의 소액대출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대부업법 같은 어정쩡한 입법으론 고리채 피해가 독버섯처럼 번져 나갈 것이다. studdean@yonsei.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