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이 지난 주말 '공시제도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가졌다. 특정인에게 기업의 중요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공정공시제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 내놓은 공시제도 선진화 방안은 공시의무를 더욱 강화한 것이기 때문에 특히 관심을 끈다. 새 제도는 분기마다 내는 정기보고서 이외에 임시보고서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유통시장 공시위반 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명문화하며,정기공시 대상에 경영진의 개인별 보수내용까지 공시토록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자에게 가능한 한 많은 기업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공정공시제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기업의 정상적인 설명회조차 중단토록 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듯이 선진공시제도에도 그런 혼란과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정기공시 대상에 경영진 개인별 급여내용을 공시토록 한다는데, 그것이 과연 투자정보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 시장의 감시를 통해 경영진의 급여를 제한하겠다는 뜻인지 그 배경도 궁금하기만 하다. 주요주주 변동으로 기업지배권,파산이나 법정관리 등으로 재무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 2~5일 내에 임시보고서를 내도록 한다는 것은 규제에 가깝다. 경영상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땐 지금도 공시의무가 부과되고 있는데 내용이 문제이지 보고서 형식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통시장 공시의무를 위반해 행정제재를 받을 경우 공시담당 임원 해임을 의무화하는 조항은 혼란을 빚을 우려가 크다. 자칫 민간기업의 인사를 금감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꼴이 빚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정기보고서에 재무상태와 영업결과에 대한 경영진의 토론과 분석까지 공시토록 한다지만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주관적인 판단이 공시대상으로 적절한지도 생각해 봐야한다. 설사 경영진의 판단이 틀려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성질의 것인 만큼 이는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금감위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등으로 분산돼 있는 공시관리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은 있지만 선진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시장의 투명성이 저절로 보장되는 건 아니다. 여건이 맞지 않으면 부작용과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공시제도 선진화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