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Nancy Pelosiㆍ62ㆍ캘리포니아)의원이 미 역사상 처음 여성으로 하원 원내총무(whip)에 선출됐다는 소식이다. 펠로시 의원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출신으로 1962년 워싱턴에 있는 트리니티대학을 나온 뒤 결혼해 다섯 자녀를 키우다 47살 때인 87년 정계에 진출했다. '11ㆍ5 중간선거'에서 당선, 9선 의원이 된 그는 그동안 하원에서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을 감독하는 정보위원회 야당간사 및 노동ㆍ보건복지 위원장,수석부총무 등으로 활약해 왔다. 대표적 진보파로 공화당 정부의 이라크공격 결의안과 감세정책을 반대하는 한편 에이즈연구기금 추가확보, 낙태허용 등을 지지해온 인물이다. 원내총무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whip'엔 '채찍질하다' '거품을 내다' '마부'라는 뜻도 있다. 당수나 총재가 없는 미국 정당에서 상ㆍ하 양원의 각당 원내총무는 당의 방침을 정하는 건 물론 소속의원을 통솔하고 상대당 총무와 교섭하는 등 실질적 지도자로서 당을 지휘한다. 펠로시 의원 역시 내년초 새 의회가(108대)가 출범하면 2004년 대선 때까지 민주당내 하원을 이끌고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데니스 헤스터드 하원의장,민주당의 토머스 대슐 상원 원내총무와 함께 매주 수요일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관해 협의하게 된다. 미국 정가의 우먼파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07대 의회의 여성의원 수는 상원 16명(16%),하원 60명(37%)이고, 힐러리 클린턴이 상원에 진출한 데 이어 공화당의 엘리자베스 돌 또한 중간선거에서 노스 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이 됐다. 차기 내지 차차기 대선에선 돌과 클린턴의 대결이 점쳐지는 가운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2008년 대선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출마,라이스가 이기리라는 예측을 내놨다. 여성대통령 탄생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셈이다. 2백72명의 국회의원 중 여성은 겨우 6.2%(17명)로 세계 평균(13.8%)의 절반에 못미치는 우리의 상황은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