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관광의 첫 코스는 톈안먼광장이다. 별다른 구조물 없이 널찍하게 조성된 광장엔 허름한 차림의 시골 노인과 디지털카메라를 든 각국 관광객들이 뒤섞여 사진도 찍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면서 오간다. 그런 다음 길을 건너면 자금성으로 이어진다. 세계 어느 도시에나 이런 광장 한두개쯤은 있다. 영국 런던엔 트라팔가 광장, 프랑스 파리와 덴마크 코펜하겐엔 시청앞 광장이 시민과 관광객을 맞는다. 노천카페가 있는가 하면 무명의 악사와 거리화가가 연주하고 초상화를 그려준다. 광장은 이처럼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여의도광장이 공원으로 바뀐 뒤 이렇다 할 광장이 없던 서울에 시청앞 광장이 생긴다는 소식이다. 대부분의 시청이 그렇듯 서울시청도 문화재와 업무시설 호텔 백화점 등이 집중된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시청앞 14개나 되는 접근로 중 보행자를 위한 길은 하나도 없다. 빤히 보이는 프라자호텔이나 덕수궁에서 가려 해도 땅속을 이리저리 헤매야 한다. 얽히고설킨 자동차도로를 만드느라 사람은 몽땅 지하로 내몰린 셈이다. 서울시가 내년말까지 만든다는 시청앞 광장의 기본 계획은 광화문과 남대문을 잇는 길과 서소문에서 프라자호텔을 지나 무교동과 을지로입구로 가는 길만 두고 정문앞 도로와 P턴 차로는 모두 없앤다는 것이다. 그리곤 삼성 본관 앞 버스정류장을 분수대 옆으로 옮기고 건널목을 설치하리라 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말엔 시청앞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데이트 약속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청앞을 걸어서 왕래할 수 있는 휴식과 문화공간으로 만들면 좋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하루 23만여대의 자동차가 다니는 시청 앞에 광장을 만들 경우 세종로 태평로 일대 교통 체증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대목이다. 일방통행로를 만든다지만 우회로로 쓰겠다는 시청과 프레스센터 사이 길이나 무교동 길은 지금도 좁고 복잡하다. 명분에 치우쳐 서두르거나, 차와 사람의 우선순위를 따지기보다 차와 사람 모두 제대로 소통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