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2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국가 암법(NCA)'을 만들면서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미국 독립 2백주년이 되는 76년까지 암을 완치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후 미국은 매년 막대한 예산을 암치료에 투입하고 있으나 암정복은 아직도 요원한 숙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일본은 83년부터 93년까지 '암극복 10개년 계획'을 시행한데 이어 지금은 2차 10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다. 뒤늦게나마 우리나라도 국립암센터를 건립했고 현재 '암정복 10개년 계획'이 시행되고 있지만 암 발생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여서 여간 걱정이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사망자 24만명 가운데 4분의 1이 암환자였다고 한다. 암이 첫번째 사망원인이 된 것은 83년부터인데 그 숫자는 해마다 크게 불어나고 있다. 엊그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대상자 중 암진료를 받은 사람은 25만1천여명으로 국민 1백83명당 한명꼴이며,지난 한해 새로 발생한 암환자만도 10만5천여명이나 됐다는 것이다. 암이 특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한창 일할 나이인 40,50대를 쓰러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술과 담배,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암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 GDP의 약 3.6% 수준인 19조원(2000년 기준)이나 된다고 한다. 정부는 암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암 관리법'을 마련,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했으나 국회사정으로 연기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암 조기 검진사업이 폭넓게 실시되고,저소득층 검진비용이 지원되며,말기 암환자는 별도로 관리된다. 에이즈와 함께 인류 최대의 적으로 꼽히는 암이 정복되려면 최소한 1백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학자들이 많다.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이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해 암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최선의 방법은 예방과 조기진단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