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kwon@wearfun.co.kr 언젠가 미국대법원장이 우리나라에 와서 강연한 내용 중 선량한 시민이 억울하게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이를 보고 분노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을수록 선진국에 가깝다란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세계은행이 분류한 선진국은 전세계에서 19개국에 불과하다. 국가 총 생산액 등 경제력을 고려한 분류일 것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한 조건에는 어떤 게 있을까. 국민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대로 굴러가는 나라,첨단 과학이 발달한 나라,미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나라 등 많은 척도가 있을 수 있다. 오래전 독일 뮌헨 공항이 당시로선 첨단 공법인 철 구조물로 건축되었을 때 이야기다. 나는 이 공항 화장실을 보고 '아,이런 나라가 선진국이구나'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가방이나 지갑 등을 들고 소변기를 이용할 때 소지품 처리가 곤란한 경우가 많은 게 일반 화장실의 구조. 그러나 이 화장실 소변기 옆에는 소지품을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이 설치돼 있었다. 일본을 몇 번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나라의 도로 표지판은 수직이 아니고 윗부분이 10도쯤 앞으로 기울어져 있다. 처음엔 일본은 워낙 태풍이 많은 나라라서 강한 바람 때문에 표지판이 기울어졌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표식판이 일정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운전자들이 표지판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볼 수 있게 만들기 위한 도쿄시의 배려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역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생 처음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가기 위해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면서 '질서의 아름다움'에 감격한 적이 있다. 다리를 건너오는 차량과 허드슨 강변도로가 만나는 병목지점에서 단 한 대의 차도 끼어들기를 하지 않고 차례대로 한길로 들어서는 광경은 '질서'란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 끼어들기 운전이 '자랑거리'라도 되는 양 모든 운전자가 '새치기'를 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었다. 시민이,국민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나라.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시민의식으로 질서의 편함을 추구하는 나라가 선진국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도 시민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예산을 다 쓰기 위해 멀쩡한 보도 블록을 파헤쳐 바꾸는 우리나라,여전히 차선 바꾸기나 새치기가 외국인의 눈에 불편하게 보이는 우리나라는 언제쯤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