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늘 싱가포르에 대해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것을 제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싱가포르가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는 칠레에 이어 두번째로 FTA협상을 벌이게 된다. 세계 주요국들이 이미 2백40여건의 FTA를 맺고 있고 중국이 아세안과 집단FTA를 체결키로 하는 등 최근의 국제무역정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지역협력 진행속도는 우려할 정도로 더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3년의 협상 끝에 최근에야 타결된 한·칠레 FTA협정부터가 농민 등 이해집단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모호한 태도로 국회비준이 가능할지조차 의심되는 작금의 상황은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당장 어제만 하더라도 전국에서 7만여 농민이 서울에 모여 한·칠레 FTA 반대 집회를 가졌고 이에 장단을 맞추듯 정치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이 협정에 대해 유보적인 듯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 등이 바로 그런 우려의 배경이다. 농민들의 주장은 "FTA는 체결하되 농업은 제외하라"는 것이지만 우리에게 유리한 산업은 자유롭게 교역하고 불리한 산업은 개방할 수 없다는 주장이 다른 나라에 먹혀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일방적이다. 칠레와도 FTA가 안된다면 지구상에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한다고 하지만 이 나라와는 농업문제가 없는 대신 경쟁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FTA 체결에 따른 교역증진 효과는 별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FTA 뿐만 아니다. 오는 2004년 쌀 시장 관세화에 대한 반대론마저 벌써부터 비등하고 있는 상황이고 대선후보들까지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앞으로 수년간 농업을 둘러싼 논의가 심각한 혼돈에 빠져들 수도 있는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2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김영삼 대통령 후보가 '쌀 개방 절대 불가'를 약속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던 경험을 벌써 잊었는지 모르겠다. 농민들의 주장을 나무라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문제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특세 등을 걷어 40조원이나 쏟아붓고도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농업 경쟁력이다. 농림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더구나 내년 예산에 한·칠레 FTA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았다니 농림부마저 이 협정에 반대한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정부와 정치권은 무역한국의 장래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