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시장에 한약 냄새가 퍼지고 있다. 국내 유수의 화장품 업체들이 앞다퉈 한약재 추출물을 넣은 제품을 내놓으면서 '한방 화장품 전성시대'가 열리는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LG생활건강은 13일 대한한의피부과학회 및 대전대 한의대와 공동 개발한 한방 브랜드 '본(本)'을 출시했다. 가시오가피 황정 등 한약재를 초미립자로 만들어 버무린 '미려단(美麗丹)'성분이 함유돼 '기'를 살려준다는 제품이다. 한국화장품 '산심',로제화장품 '십장생'에 이어 '본'이 가세함에 따라 올해 나온 한방 브랜드만 3개가 됐다. 또 선두주자인 태평양 '설화수'를 주축으로 코리아나의 '한방'과 '녹두',백옥생화장품의 '백옥생' 등이 겨루던 한방 화장품 시장에서 선후발 업체들간의 시장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화장품업체들이 한방 화장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한방영양크림의 경우 높게는 25만원까지 할 만큼 값이 세다. 그만큼 이익도 많이 난다. 97년 처음으로 한방화장품을 표방하고 데뷔한 '설화수'의 경우 중·장년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어 연간 매출 2천억원이 넘는 빅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 세계 화장품시장에서 '오리엔탈리즘'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한방 화장품 붐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의 '본' 담당 정화일 팀장은 "젊은 여성들 중엔 외제 화장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경락마사지나 한방미용법에 관심이 많은 30대 이후 여성들에겐 '한방'이 매력적인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