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이다. 고대 이집트 유물엔 개가 그려진 것들이 수두룩하고 피라미드에서도 파라오의 미라와 함께 개의 흔적이 발견됐다. 품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대뇌가 발달했고,감각기관이 발달돼 후각은 사람의 10만∼10억배,청각은 4배 이상이라고 한다. 때문에 일찍부터 양치기와 사냥 썰매 등에 이용됐고 오늘날에도 인명 구조와 마약 탐색은 물론 장애인을 위한 안내 치료 재활 등에 널리 쓰인다. 구조견은 놀라운 후각으로 첨단기기로도 찾지 못하는 조난자나 실종자의 위치를 알아내고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다. 안내견의 경우 35개국에 1백여곳의 양성기관이 있다. 재활보조견은 척추마비 뇌손상 운동기능장애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위해 신문 집어주기,문 열고 닫기,스위치 켜고 끄기 등을 해주고 청각보조견은 전화나 현관 벨소리,아기 울음소리 등을 알려준다. 치료견은 주로 자폐아와 정신질환 환자 등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일을 맡는다. 아무리 폐쇄적인 사람도 재롱을 부리는 개를 보면서 먹이를 주거나 운동시키는 동안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정서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7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국내엔 90년대 중반에 도입됐다. 개와 어울리는 것만으로 완치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일반치료와 병행하면 효과가 배가된다는 보고다. 삼성카드가 도우미견(犬)사업과 더불어 정신장애인을 위한 치료견(犬)사업도 펼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소년·소녀가장 중 자폐증이나 성격 장애가 있는 어린이로 하여금 애완견과 함께 지냄으로써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치료견이든 도우미견(청각ㆍ재활 보조견)이든 가장 큰 효과는 애정을 주고 받음으로써 정신적 위안과 자신감을 얻어 재활 및 독립된 삶의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개를 통해서라도 정서적 안정을 얻는다면 다행이지만 보다 소중하고 아쉬운 건 함께 손을 맞잡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의 정이 아닐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