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악(樂)이 번성한 고장에 자라 자연스럽게 우리악에 빠져들게 됐지요." 전북 익산이 고향인 우림건설의 심영섭 사장(46). 그는 "국악"이란 말 대신 "우리악"이란 표현을 더 좋아한다. 우리 것,우리 문화를 좋아해선 지 이젠 우리악이란 말이 입에 뱄다. 심 사장은 자신을 "적극적인 구경꾼"이라고 말한다. 직접 무대에 서진 않지만 소리꾼과 연주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달려가 함께 호흡하기 때문이다. 남도나 서도 민요는 물론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동부민요 발표회까지 직접 찾아다닐 정도다. 그는 8년 전 사업 무대를 서울과 수도권으로 옮긴 뒤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악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회사 행사때도 국악인들이 빠지는 적이 없다. 전문 국악인보다는 소질이 있으면서도 발표 기회가 적은 사람들을 많이 초청한다. 며칠 전에는 국악인 김준호.손심심 부부를 초청,"우리악 우습게 보지 마라"란 주제로 강연도 들었다. "2시간 동안 우리악을 같이 배우고 부르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됐습니다.신명이 나서 잠시도 앉아 있을 수가 없었지요." 그의 눈에는 그날 감동이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심 사장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우리악 연주회장을 찾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가락과 장단이 우리 맥박에 잘 맞아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악은 우리 정서와 자연스럽게 함께 호흡합니다.여기에는 풍자도 있고 해학도 있고 우리 조상의 삶도 진하게 묻어있지요." 심 사장의 집을 찾으면 그의 우리악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 쉽게 알 수 있다. 북 장구 징 꽹과리 등 사물놀이에 사용되는 악기는 물론 가야금 대금 등 웬만한 "우리악기"는 다 갖춰져 있다. 그렇다고 그 스스로 모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악기와 함께 생활하며 우리악을 즐긴다는 게 기쁠 뿐이다. 가족들도 모두 우리악 사랑에 한마음이다. 심 사장 부인은 가야금을 연주한다. 미국에 유학중인 큰딸은 가야금 연주가 수준급이다. 심 사장은 큰딸에게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사물놀이패를 만들어 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10살 난 아들도 올해 단소를 배우기 시작했다. 심 사장은 저녁 식사 약속이 있으면 가능한한 한정식집을 찾는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악을 듣다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십니다.국내 손님은 물론이고 외국인들과 우리악을 하는 한정식을 찾으면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서로를 오래 기억하게 되지요." 심 사장의 우리 것에 대한 사랑은 우리악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 것을 담아 후세에 전하는 "우리문화원"을 짓고 싶은 게 작은 소망이다. "기업인들은 우리 것,우리 문화를 창조적으로 재현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과거의 답습이 아닌 현대적이면서도 손에 만져질 듯 편한 우리 것이지요." 심 사장은 자신이 짓는 건물에 우리 것,우리 문화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놓고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