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3분기 실적 호전과 연말 들어올 현금3조3천억원 등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무산되기는 했으나 조흥은행 인수를 깜짝 선언하고, '길잃은 양'인 한미은행 인수추진설이 떠도는 등 예전과는 달리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중반까지만 해도 하나은행이나 국민은행 피인수설을 강력 부인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작은 은행도 독자생존할 수 있다"고 목아프게 외치고 다녔던 처지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로버트 코헨 행장도 연초까지만 해도 언론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곤 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자청하고 나설 정도가 됐다. 또 지난달 말에는 사내 메일을 통해 "제일은행은 현 시장 상황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관이므로 조흥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 인수 가능성을 심각하게 타진해 볼 수 있게 됐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금융계에서는 제일은행의 이같은 변화와 자신감이 3분기 실적 호전과 연말 만기도래하는 예보채 상환금 3조3천억원 유입에 힘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은행은 상반기에는 영업 부진 및 전산.영업점 재구축 투자 등으로 실적이 저조해 순이익이 작년보다 70% 이상 감소한 528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3분기 들어 다른 은행들이 가계대출 충당금 적립률 상향 조정으로 수익성이 둔화된 반면 제일은행은 2분기 보다 오히려 45% 늘어난 370여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또 자산규모도 가계대출 급신장에 힘입어 지난 6월말 29조원에서 9월말 33조6천억원으로 늘어 연말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을 뿐 아니라 2004년 초 40조원 달성 가능성도 높아졌다. 코헨 행장이 연말 자산규모가 32조∼3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난 5월 예상했을때 은행 안팎에서 모두 미심쩍어 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자산증가의 일등공신은 가계대출로 올들어 3조3천억원, 6월말 이후에만 1조1천여억원이 증가했지만 연체율은 0.62% 수준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다 게다가 연말이면 뉴브리지-예금보험공사와의 풋백옵션(우발채무 부담)에 따라받은 예보채가 만기가 되면서 3조3천억원을 현금으로 받게 돼 한결 여유를 갖게됐다. 실제 제일은행은 이 자금으로 조흥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무산된 이후한미은행을 포함한 다른 금융기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은 뒤 예전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의기소침해 있던 직원들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금융계는 환란이전 리딩뱅크였던 제일은행이 활력을 찾은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으로 무모하게 인수.합병전에 뛰어드는 것이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감추지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