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중 담배의 유해성을 분명하게 인정한 회사는 '라크' 등을 만드는 미국의 리게트그룹이다. 막대한 피해보상금 지급판결을 받고 여러 가지를 따져본 끝에 회사 스스로 담배의 폐해를 인정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담배업계와 금연단체 사이의 공방이 치열했는데 업계는 소비자의 '자유선택권'으로, 단체는 흡연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중독증'으로 맞섰다. 이제는 담배메이커들 모두가 담배의 유죄를 부인하지 않는다. 법원의 잇따른 패소판결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흡연을 직접경고하는 문구를 새겨넣고 담배광고 역시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잡지에만 광고를 할 뿐,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낙타를 의인화한 조카멜이나 말버러맨의 옥외광고는 없앤지 오래다. 제품명이 들어가는 스폰서행사는 물론이고 티셔츠 등을 이용한 판촉행사도 일절 하지 않는다. 담배회사들은 더 나아가 담배가 유해하다는 광고까지 내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10대들을 대상으로 3년동안 "흡연하기전 다시 생각하라"는 캠페인을 벌였고,다국적 담배회사인 JT인터내셔널 등은 지난달 아시아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금연캠페인 광고방송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담배회사의 금연광고는 '악어의 눈물'과 같은 위선적 행위라는 비판이 있지만 한편으론 최소한의 기업윤리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주범으로 도마 위에 오르자,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 프랑스법인이 햄버거의 과식을 경고하는 광고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프랑스의 여러 여성잡지에 등장한 이 광고는 "지나친 패스트푸드 섭취는 어린이의 비만과 영양상태에 악영향을 준다"는 영양사의 충고와 함께 "맥도날드 햄버거는 주 1회 식품으로 적당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비난을 광고로써 상쇄해 보자는 심산인 것 같다.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담배와 패스트푸드업체들이 그 부작용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다는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다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소비자들의 판단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