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이후 음반을 내놓은 중소 음반업체들은 대부분 울었다. 노래만 잘 만들면 '대박'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던 가요음반회사들이 특히 그랬다. 분석을 해보니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이 열린 기간은 물론이요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려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경영인의 필수 과제 중 하나는 사업을 방해할지도 모를 요인들을 제대로 아는 일이다. 그것도 사전에 알아야 막을 수 있다. 대기업은 물론 소규모 창업도 이 과제에서 예외일 수 없다. 신규 투자를 하면서 경쟁환경을 분석하지 않는 이들이 있겠느냐 싶지만 실제로는 자기 중심적으로 사업 환경을 좋게만 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위험보다 기회 요인이 더 크게 보여 서두르기 때문이다. 소규모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은 목이 좋은 곳에 괜찮은 브랜드 체인점을 세우면 장사는 떼어 놓은 당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업전망도 밝게만 본다. 인근 유동인구가 1만명이면,그 가운데 10%인 1천명이 잠재고객이요 거기서 10%만 들어와도 하루 1백명은 충분하다고 하는 식이다. 실제는 어떤가. 경쟁이라는 단어 하나만 대입하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바로 옆에 동종 업체가 생기면 손님이 절반으로 줄 수도 있다. 주차환경이 좋은 지역이면 손님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거리,예를 들면 차로 10분내 거리에 있는 업체들이 모두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대형 할인매장이 생기면 손님을 전부 빼앗길 지도 모른다. 소개된 지 25년 가까이 됐지만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다섯가지 힘(5 forces)'은 새 사업 경쟁환경분석에 여전히 유용한 도구다. 다섯가지 힘이란 △소비자 △공급자 △대체재 △기존 업체와의 경쟁 △타업체의 신규 진입 가능성 등이다. 이런 힘들이 약해야 투자할만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음반 회사는 월드컵이 젊은이들에게 가요보다 더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케이스다. 휴대용 증권분석단말기를 만들려는 사람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지도 모를 휴대전화업체와 경쟁을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처럼 누구라도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수년전 반짝 특수를 누린 벤처업체들 중엔 이런 경쟁환경 분석을 한 적이 없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수많은 업체들이 소리 소문없이 시장에서 사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