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봉 < 부산대 연구교수 >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2월3일 모로코에서는 88개 회원국이 모여 후보지를 결정하게 된다. 박람회 유치를 신청한 여러 도시 가운데 여수와 상하이,그리고 모스크바가 경합을 벌이다 후보지가 여수와 상하이로 압축되는 듯하다. 회원국의 선택은 당사국의 유치활동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여수와 상하이 양측 유치위원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여수는 디자인이 세련됐지만 썰렁하다. 반면 상하이는 디자인이나 읽기가 불편하지만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홈페이지의 이러한 분위기는 유치를 위한 활동과 관심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여수박람회는 전남도지사,대한상공회의소 회장,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유치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국면이 겹쳐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그런가하면 상하이박람회는 베이징 올림픽과 함께 2대 국가과제로 규정하는 등 국가적으로 총력을 동원하고 각종 국제회의를 유치활동의 무대로 삼고 있다. 상하이 거리에는 유치를 기원하는 광고가 여기저기 나부끼고 있다. 세계박람회 유치여부에 관건이 되는 요소중 하나는 주제 설정이다. 이는 곧 박람회의 전시 내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인류문명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엑스포 2010 코리아의 주제는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바다와 땅의 만남'으로 잡았다. 바다문화와 육지문화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의 이념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것이다. 여수와 강력한 경합상대인 상하이의 주제는 '더 나은 도시,더 나은 생활(Better City,Better Life)'이다. '도시'가 주제인 만큼 전시도 도시의 발전,도시의 생활,도시의 교통,도시의 환경 그리고 미래도시 등을 주된 내용으로 기획하고 있다. 유치위원회는 박람회의 역사상 '도시'를 테마로 정한 선례가 없었던 만큼 매력적인 주제라고 자신하고 있다. 상하이가 내건 주제는 중국이라는 국가보다 상하이라는 도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베이징의 올림픽 유치에 대응해 상하이는 세계박람회의 유치로써 상하이 도시 발전의 전기로 삼고자 하는 점도 그러하다. 상하이에 비교해 보면 여수의 경우는 하노버,아이치의 뒤를 이어 미래지향적인 주제이고 한반도라는 국가의 성격을 투영하고 있다. 여수 세계박람회는 한국의 지리적인 입지를 유라시아대륙 문화권과 동아시아 해양문화권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서로 이질적이지만 상호 보완될 수 있는 '바다와 땅'의 협력으로 인류사회의 평화와 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더 나은 도시,더 나은 생활'과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바다와 땅의 만남'에 나타나는 실용적인 감각과 미래지향적 비전,이 가운데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이 어느 쪽으로 표를 던질까. 그것은 21세기 인류가 선택하는 현실이자 미래의 전망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