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재경부 청사는 텅 비어있었다. 각 국별로 체육대회 행사를 치르느라 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자리를 비웠다. 국정홍보처도 이날 단체등산을 떠나 사무실은 하루종일 썰렁했다. 공무원들의 체육행사는 물론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는 각 부처별로 봄 가을에 한번씩 체육행사를 가져왔다. 공무원들의 체육행사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것이다.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법 시행령 14조는 '매년 10월15일을 체육의 날로 하고,4월 마지막 주간을 체육주간으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각 부처별로 실정에 맞게 '별도의 날'을 지정해 체육행사를 열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과 시행령 어디를 들여다봐도 '평일'에 체육행사를 열도록 규정한 조항은 없다. 옛날부터 평일에 체육행사를 해왔고 지금까지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는 게 재경부 관계자의 얘기다. 모든 국민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평일'에 공무원들이 체육행사나 등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은 문제다. 매년 정부의 체육행사가 열릴 때마다 언론은 텅 빈 청사의 사진을 게재하고 공무원들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으면서도 오불관언,'평일 행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과중한 업무에 지친 공무원들이 하루를 정해 단합행사를 갖고 분위기를 새롭게 다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예전엔 토요 휴무가 없었기 에 "일요일마저 체육행사로 집을 비우면 어떡하느냐"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무원들이 한달에 한번씩 토요 휴무를 시행하고 있다. 쉬는 토요일을 놔두고 금요일을 택해 체육행사를 하는 것을 이번엔 어떤 말로 해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재경부 등 정부부처들은 지난 한달 이상 자리를 비워가며 국회업무에 매달려왔다. 민원인들은 청사를 찾아가도 '책임있는 공무원'을 만나기 힘들었다. 그런 터에 국회가 끝나자마자 체육행사를 이유로 또 자리를 비웠다. 현 정부는 그동안 '개혁'을 강도높게 주창해왔다. 민간기업에도 강도높은 변화를 요구했고 실제로 많이 변했다. 정부 스스로는 '개혁'을 잊은 게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현승윤 경제부 정책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