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연안의 작은 나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항. 상공으로 비행기가 접어들자 페르시아만을 비추는 탐조등에 반사된 빌딩군이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다. 중동의 관문으로 불리는 '제벨 알리' 자유무역지대다. UAE는 근엄한 이슬람 국가라기보다 부유한 상인들의 영지라는 인상이 강했다. UAE의 중심 에미리트(토후의 영지)인 아부다비가 '석유'로 부를 쌓은 곳이라면 두바이는 '물류'로 부를 축적한 곳이다. 제벨 알리 자유무역지대가 그 출발점이다. 폭 40m의 진입로 양편은 GE 다임러크라이슬러 필립스 소니 마쓰시타 등 세계적 대기업들의 창고가 즐비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창고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곳엔 현재 85개국 1천7백여개 기업이 입주해 다국적 물류기지를 형성하고 있다. 제벨 알리의 조성으로 두바이는 '중동의 홍콩'으로 부상하고 있다. UAE에 수입되는 물품의 70%는 이곳을 거쳐 중동과 아프리카 등으로 다시 수출된다. 미국에 대한 수출한도(쿼터)를 피해 우회 수출을 시도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이곳을 중계무역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KOTRA 두바이무역관 관계자는 "연간 컨테이너 3백만개가 이곳을 거쳐 1백60개국으로 나간다"며 "두바이는 중동뿐 아니라 세계적인 중계무역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가 세계 기업들의 물류 전진기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중동의 관문'이란 지리적인 이점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투자 유인책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주변 국가들과 달리 이 곳에서는 현지법인을 설립할 때 외국인이 1백% 지분을 가질 수 있다. 15년 동안 법인세도 면제해 주고 1백% 과실 송금도 보장해 준다. 4백50평 규모의 창고 임대료는 연간 3만달러에 불과하다. 토지 임차료는 평당 3달러다. 수출입 관세도 없다. 인건비도 월 1백50달러 수준이면 거뜬하다. 동북아 물류 허브(Hub)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바이=강동균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