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국가로 건설할 목적으로 정부가 제안한 '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재정경제위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으로 바꿔 통과시켰다. 지정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등 내용도 크게 수정해 과연 이런 법률로 고부가가치산업 중심의 외국인 투자유치라는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경제자유구역이 난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요건은 국제공항이나 국제항만을 끼고 있는 지역이지만,재경위는 교통 통신 용수 전력 등 기반시설을 갖춘 곳으로 완화해 사실상 전국 어디나 가능토록 했다. 국회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정요건을 대폭 완화했다고 밝히고 있지만,사실상 자신들의 지역구에도 경제자유구역을 설치하겠다는 뜻이고 보면 경제자유구역이 곳곳에 마구 들어설 것은 불보듯 뻔하다. 당장 거론되는 후보지만도 영종도,김포 매립지,송도 신도시,부산항만,광양만 배후지 등 5곳이 넘는데 소규모 단위의 경제자유구역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면 경제자유구역의 성격과 특성조차도 불분명하게 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제자유구역이 이렇게 난립되면 내국인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게 될 것이란 점이다. 그러잖아도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기업은 노동법 관련규제에서 예외를 인정받는데다 소득세 법인세 취득세 등록세 등을 5년간 감면받고,자본재 수입에 대해서도 2년간 관세를 면제받아 생산원가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여기에 외국기업이 국내시장을 주력판매처로 삼는다면 '불공정 거래'의 부작용이 여러가지로 불거질 우려가 크다. 바로 그런 점에서 경제자유구역은 국회의원들의 생색내기가 돼선 절대로 안된다. 경제자유구역이 그야말로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려면 자유구역 지정을 신중하게 선별할 필요가 있다. 전경련이 주한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 경제특구의 경쟁력은 아시아 5개국중 4위라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앞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한둘이 아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권한을 쥐고 있는 재경부장관과 경제자유구역위원회가 무분별하게 지정되지 않도록 하면 그만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제도적인 허점은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여건이 조성된 지역에 혜택을 집중해 특구다운 특구가 하나라도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