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kwon@wearfun.co.kr "이 밧줄이 튼튼할까?" 이 말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기사의 일절이다. 연말이 되면 유명한 사람들의 어록을 특집으로 게재하는 그 신문 지면에 실려있던 한 사형수의 말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고교입시에 대한 부담감으로 갈등하던 그 시기에 눈에 띈 이 말은 너무나 근사하게 생각됐다. 사형집행을 앞두고 자신의 목에 걸릴 올가미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도구인 밧줄에 대한 사형수의 독백은 진정 여유였을까,아니면 호기였을까.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그런 독백을 할 수 있는 그 사형수의 여유가 얼마나 부럽고 멋졌던지.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를 쫓기듯이 사는 일상이 안타까울 때 가끔 생각나는 말이다. 외국 출장을 위해 비행기를 탈 때 볼 수 있는 기내 비디오 프로그램 중 'only joking'이란 프로가 있다. 그 프로를 볼 때마다 그 프로를 만든 나라 사람들의 여유를 보게 돼 부럽다. 의도된 트릭으로 행인들이나 주민들을 놀라게 하는데 희생자가 나타내는 놀라움이나 당황스러움을 카메라로 잡아내는 사디즘적인 악취미 성향의 프로그램이다. 지나가는 사람의 등에 오물을 묻힌다거나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 뚜껑을 열면 개구리가 나오게 해 피해자들의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단골메뉴다. 최근 이웃에 살면서 가깝게 지내는 한 부부는 1년간 부부동반 세계일주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나로선 미국에 있는 아이들 때문에 잠시 다녀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내가 '잠시'라고 생각했던 그 기간이 '일년'이었다는 사실이 우선 놀라왔다. 그동안 바쁜 생활을 뒤로 한 채 평소 자신들이 가보고 싶었던 세계 곳곳을 구석구석 누비며 세계일주여행을 다녀왔다는 점에 또한 놀랐다. 나는 일상의 분주함과 긴장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항상 제주도 중문의 쪽빛 바다를 상상하며 여유로워지기를 시도한다. 제주 앞바다를 가보는 일조차 쉽지 않은 내 삶에 어느 날부터 귀여운 거북 한 마리가 나의 여유를 되찾아 주고 있다. 최근 중국 여행길에서 사온 옥으로 만든 손바닥만한 놈이다. 서두르고 있다고 느낄 때,일이 풀리지 않을 때,긴장할 때,화가 날 때 우스꽝스런 모습을 한 그러면서 여유로워 보이는 옥거북의 등에 손바닥을 댄다. 그놈은 내게 반응한다. 그리고 나는 올가미 앞에서 호기를 부리는 사형수의 여유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