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나 완수하려는 목적이 있다. 기업에선 그걸 비전(vision)이라고 한다. 비영리조직에서 사명(mission)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위치에 있는 기업의 '존재 이유'다.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미국식 관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만은 기업의 목적이 철저히 주주(shareholder) 이익의 극대화에 있다고 본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럽형 시각은 사회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을 더 중시한다. 소위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의 이익 극대화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기업이나 경제단체들은 이익극대화가 초점인 미국식에, 노동조합이나 일반인들은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유럽식에 가깝다. 정부는 이도 저도 아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미국식에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거철에는 유럽식을 더 강조한다. 이런 형국이니 기업의 책임을 놓고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윤리경영은 이런 논쟁을 종식시킨 새로운 아젠다(agenda)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물론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기업의 도덕성이라는 인식에 기초해 있다. 그 기준은 바로 시장의 신뢰다. 엔론, 월드컴 등 미국 기업들의 회계부정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기업은 쉽게 망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에서 신뢰를 쌓은 기업은 그만큼 기회가 생기고 사업에 따른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윤리경영은 기업의 비전을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것이다. 국제적인 분위기가 바꾸고 있는 것도 윤리경영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이 지난 95년 뇌물 탈세 환경오염 허위광고 등으로 적발된 비윤리적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기로 하는 원칙을 발표하는 등 윤리라운드(ER)가 추진되고 있다. 윤리경영이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투명성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이 줄어 경제활동 전반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