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조흥은행의 경영권을 팔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닙니다. 내년엔 조흥은행의 기업가치가 확실히 올라가 주당 1만원 이상씩 받고 팔 수 있는데 지금 팔면 제 값을 받을 수 없습니다." 위성복 조흥은행 회장은 6일 기자와 만나 최근 정부가 조흥은행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려 왔던 위 회장은 이날 조심스러우면서도 강한 어조로 정부의 일방적인 경영권 매각 추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위 회장은 "정부의 조흥은행 민영화 추진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일부 지분매각이 아닌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흥은행에 대한 평가는 금년말을 분수령으로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며 "올해안에 모든 부실이 정리되고 내년에 정상급 은행으로 거듭나면 시장에서 선도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 회장은 "내년엔 주가도 1만원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때가서 당초 계획대로 정부가 조흥은행 지분을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매각한다면 지금 정부 지분(80.05%)을 한꺼번에 파는 것보다 더 많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조흥은행은 1조8천억원의 충당금 적립전 이익이 예상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연내에 하이닉스 채권 등 모든 부실을 털어내고 재무구조를 다진다는 방침에 따라 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 당기순이익 규모는 줄었다. 위 회장은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단계적인 지분매각을 추진해 3∼10% 내외의 과점주주가 분산된 은행을 만든다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바람직한 모델의 은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회장은 또 "지난 2000년 11월 독립된 경영평가위원회로부터 조흥은행은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모든 임직원이 그동안 피와 땀을 흘려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며 "이런 가운데 최근 조흥은행 경영권 매각이 추진되자 모든 임직원이 희망을 잃고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흥은행은 1백5년간 쌓아온 기업문화와 위기에서 일어나는 핵심 역량을 갖고 IMF 이후 존폐의 위기를 넘겼다"며 "이제 과실을 맺는 상황에서 은행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 직원들은 좌절에 빠져 생산성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기업문화에 차이가 큰 신한지주회사에 인수된다면 시너지 효과보다는 부작용에 따른 비용이 훨씬 클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위 회장은 "내년에 조흥은행이 시장의 선도은행이 되면 경영진이 나서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합병을 통한 은행의 대형화는 그때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차병석.유병연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