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초까지 천재는 커다란 뇌에서 비롯된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외과의사로 세계 최초의 인류학회를 창설한 프랑스의 폴 브로카는 "뇌 크기에 의미가 없다면 뇌 연구는 흥미와 유용성을 모두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스피츠카가 명사 1백15명의 뇌 자료를 작성한 것도 뛰어난 사람은 뇌가 크다는 걸 밝히려는 작업이었다. 내용은 그러나 브로카나 스피츠카의 가설과 영 거리가 멀었다. 작가 투르게네프의 뇌는 2㎏이었지만 시인 휘트먼은 1.28㎏밖에 안됐고 24년에 잰 아나톨 프랑스의 뇌는 1.02㎏에 불과했다. 게다가 아인슈타인의 뇌는 1.23㎏으로 남성 평균(1.4㎏)보다 훨씬 가벼웠다. 뇌의 크기와 지능은 아무 상관도 없음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뇌의 구조와 지능의 함수관계를 밝히려는 노력은 계속돼 왔다. 토머스 하비에 의해 해부된 뒤 유족의 동의 아래 2백40개 부위로 나뉘어 이뤄지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도 그런 시도의 하나다. 지금까지 알려진 건 수리력과 연상력 및 공간지각력 등을 관장하는 두정엽(頭頂葉) 하부가 일반인보다 15% 가량 넓고 두정엽 39번 구역에 신경세포 활동을 돕는 아교세포가 많은 반면 언어영역을 맡는 측두엽은 보통보다 작다는 것이다. 이 39번 구역 일부(가로 2.2㎝,세로 2㎝)가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체의 신비전'에 전시된다는 소식이다. 뇌의 구조가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지만 비중은 알 길이 없다는 게 통설이고 지능과 창의성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의 IQ는 1백22에 그쳤고,9살에 교향곡을 썼다는 모차르트의 음악도 후기작이 훨씬 낫다고 여겨진다. 천재라고 해서 뇌 속에 특별한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천재나 범인 모두 문제해결 때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뇌가 흥미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이참에 세살 때까지 말도 못깨치던 그를 세기의 물리학자로 만든 노력과 집중력, 사회적 배경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보면 어떨까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