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들 공무원 맞아요."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강행된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은 민간기업 근로자들의 파업과 다를 게 없었다. 붉은 머리띠도 그렇지만 경찰의 봉쇄를 피해 집회장소를 치외법권지역으로 여겨져온 대학으로 옮긴 것까지도 닮은 꼴이다. 경찰에 연행되면서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또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자의 성난 몸부림으로 비쳐지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일반기업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신분보장등을 부러워하며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불러온 일반국민들이 이들의 파업에 공감했을 리 만무했다. 이날 밤 늦게 공무원들이 철야농성을 위해 한양대 운동장으로 몰려드는 모습을 본 한 직장인은 '배부른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연봉제다 상시구조조정이다 해서 매일같이 가위에 눌려 지내는 민간기업의 월급쟁이들 눈에는 공무원 파업이 '기득권을 다지는 집단이기주의'에 지나지 않았다. 노사갈등은 대부분 '내것'만을 고집하는데서 비롯된다. 한발짝씩 양보하면 어려운 문제도 술술 풀릴텐데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기 때문에 '불행'이 시작된다. 이번 공무원노조 사태도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터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공무원들이 요구하는 단체행동권은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규정이다. 공무원들의 파업은 나라 전체를 뿌리째 흔들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의 명칭을 '노동조합'으로 명시해 달라는 것도 과욕이다. 일본도 공무원단체로 규정해놓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집단화된 조직들이 웬만해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우리나라 풍토상 공무원노조의 투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또다시 공권력 개입은 불가피해지고 구속과 해직을 양산하는 제2의 전교조 사태가 우려된다. 지난 89년 처음 만들어진 전교조는 10년만인 99년에야 법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DJ정권때 다시 복직되긴 했지만 이 기간중 수많은 교사들이 법적 지위를 따내기 위해 투쟁하다 해직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공무원노조가 거울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