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이 전액 잠식된 신용협동조합 1백15개가 퇴출대상으로 선정돼 4일부터 영업이 정지됐다. 이는 전체 1천2백42개 신협의 10%에 가까운 숫자로서 앞으로 2개월동안 수십만명에 달하는 거래고객들의 예금인출이 정지되는데다 예금보호한도인 1인당 5천만원까지만 되돌려 받게 되는 경우도 적지않을 것 같아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신협의 부실경영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닌데다,불특정 다수의 예금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이번 퇴출조치는 불가피하며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문제는 앞으로 발생하는 추가부실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는 점에 있다. 예정대로 내년초 신협법이 개정되면 단위신협에 대한 경영감시기능이 훨씬 강화되는 만큼 대규모 퇴출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금융감독원은 강조하고 있으나 꼭 그렇다고 할 수만은 없다. 당장 자본금이 전액잠식된 신협들 중 이번에 퇴출을 면한 곳만 80여개나 되고 자본금이 부분잠식된 신협도 1백17개나 된다. 게다가 올 상반기에만 5백22개 신협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업계 전체로 보면 지난 99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금감원측 주장과는 달리 추가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오는 2004년부터는 신협예금을 예금보호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어서,대규모 추가부실 발생은 신협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것은 물론이고 금융시장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당국과 신협의 대비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어 매우 걱정스럽다. 현재 신협중앙회가 약 1조원 정도의 상환준비금을 갖고 있지만 대규모 부실정리에 투입하기엔 액수 자체가 크게 부족한데다,이번 퇴출을 계기로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않아 더욱 그렇다. 정치권이 신협의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외환위기 직후 신협을 예금보호대상에 끼워 넣어 국민부담을 가중시킨 국회가,최근 신협의 특별보험료 징수기간을 당초 25년에서 12년으로 대폭 줄이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그렇게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신협의 부담을 덜어줘 자체기금 적립을 촉진한다는 게 명분이지만 공적자금 투입액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의 검사·감독권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신협이 건전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부실 신협을 이번 기회에 과감히 정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