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에게 한국의 특징을 말하라면 열에 아홉은 '연공서열(Seniority)'을 꼽는다.

벨기에 사람으로 지난해까지 브라질에서 살다 한국에 온 파트릭 라스키네 니베아서울 사장은 "한국이 그 어느 나라와도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다들 겸손하기 위해 애쓴다는게 신기하고 나이와 위계질서를 너무 따지는 것처럼 느껴질 땐 솔직히 약간 짜증스럽죠. 존경받을만 하지도 않은데 나이와 직급이 높다고 어떤 사람을 더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진 않아요."

그래서 라스키네 사장은 서울 본사의 임직원 30여명 모두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게 한다.

물론 자신도 '파트릭'으로 불리운다.

"위계질서를 없애려는 거죠. 전 한국시장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데도 회의에서 내가 먼저 말하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려 할 테니까요."

하지만 라스키네 사장은 한국의 화장품 시장에 대해 나름대로 확고한 진단을 내린 듯이 보였다.

지금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장품 코너'가 10년 안에 모두 '드러그스토어'나 '퍼퓨머리'로 대체될 거라는 급진적인 전망도 그의 진단에 들어 있다.

퍼퓨머리는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백화점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는 고급 향수 매장이다.

"드러그스토어가 기초 화장품의 효율적인 유통 채널이란 것은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이미 입증됐어요. 대형 할인매장도 점점 더 많은 화장품을 취급하게 될 거구요. 향수나 고가 메이크업 제품 유통은 유럽에서 흔한 '퍼퓨머리'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라스키네 사장은 이런 변화 속에서 니베아를 바디케어 뿐 아니라 대표적인 스킨케어 브랜드로 끌어올리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니베아는 보디케어로 유명하지만 스킨, 헤어, 립케어에도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9월에 출시한 '비사지'가 니베아의 영역을 넓혀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니베아서울은 스킨케어 제품인 비사지를 출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톱모델을 쓰지 않는 본사의 '금기'를 깨고 여배우 최지우를 기용해 CF도 찍었다.

라스키네 사장은 톱스타를 친숙하게 여기고 여성들이 피부에 매우 민감한 것도 한국 시장의 특징으로 꼽았다.

여성 소비자들이 워낙 꼼꼼해서 신제품 테스트에는 최고의 마켓이라는 것.

니베아서울이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60%는 국내에서 생산되고 6가지 제품은 개발도 한국서 했다.

니베아서울은 독일 바이젤도르프가 5년전 설립한 한국 법인.

바이젤도르프는 럭셔리 제품군인 라프레리와 주베나 등 13개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니베아가 사업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니베아의 성공 비결은 한 우물을 판 결과라고 생각해요. 합리적인 가격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니베아의 마케팅은 1911년 창립 이래 90여년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