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중 하나가 독감이다. 독감과 감기는 흔히 그게 그건 줄 알지만 실은 다르다. 독감은 A B C형으로 나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고 전염성이 강하다. 한번 유행하면 인구의 10∼20%가 감염되지만 바이러스 변이가 심하면 40%까지 걸린다고 한다. 증세는 비슷하지만 일반 감기는 콧물부터,독감은 전신 근육통부터 온다. 감기는 합병증 없이 1주일 정도면 치유되지만 독감은 폐렴 및 뇌척수막염,뇌와 간을 손상하는 라이증후군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화가 피카소는 73년 독감에 의한 심장쇠약으로 사망했다. 독감 예방주사는 이런 합병증을 막기 위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3월 독감바이러스의 돌연변이 형태를 예측,'올해의 독감'을 발표하면 제약회사들이 예방백신을 만든다. 바이러스가 매년 바뀌는 까닭에 1년만 유효하지만 60∼90% 효과를 내는 만큼 기관지 천식,만성 폐질환이나 심장질환, 신부전증,당뇨병환자와 노인은 물론 계란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나 임신부 외엔 맞아두면 좋다고 한다. 세상이 험하다고 독감도 점점 더 독해지는 모양인가. 영국 BBC가 보건과학자들의 말을 빌려 올 겨울 유럽에 1918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독감' 못지 않은 '슈퍼독감'이 몰아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바이러스의 변이가 계속돼 수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강력한 변종 발생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스페인독감의 희생자는 2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바이러스 중엔 A형의 전염성이 가장 큰데 WHO가 예측한 올해의 바이러스 유형은 뉴칼레도니아 A형, 모스크바 A형과 홍콩 B형이다. 우리나라엔 변종 홍콩형(B형)이 크게 유행할 것으로 발표됐다(국립보건원). 예방주사를 맞으면 도움이 되고 독감치료제도 효과가 있다지만 갑자기 변종이 생기면 백신 제조에만 최소 몇달은 걸린다고 한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하는 건 물론 외출 후 양치질을 하고 손을 씻고 실내 습도를 조절하는 등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같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