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모델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선행돼야 합니다. 연구.개발활동은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한.영 산업기술협력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조 맥기한 영국 브리스톨대 공과대 학장은 한국이 산학연계를 활성화하려면 연구.개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기한 학장은 "영국의 경우 지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 교수가 기업체 인력과 협동연구하는 것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며 "대학교수라면 세계적인 학술지에 수준 높은 논문을 발표하는 것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풍토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브리스톨대를 중심으로 일부 대학들이 80년대 중반부터 산학협동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앞다퉈 마련하기 시작했다"며 "학과별로 독립적으로 연구활동을 해온 관행이 최근 들어서는 여러 학문간 공동연구체제로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맥기한 학장은 "학술적인 가치가 큰 아이디어가 대학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실용적인 신기술이 기업 연구소에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며 "훌륭한 아이디어는 대학 연구진과 산업계가 손잡고 일할 때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기업.대학이 삼위일체가 돼야 국가의 연구.개발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변화가 빠른 시기일수록 세 주체간 협력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에 따라 국가의 발전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덧붙였다. 맥기한 학장은 신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수준 높은 인력을 양성하고 자금지원을 확대하며 첨단 실험장비 등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리스톨대의 경우 첨단 공학분야 연구를 위해 2천만파운드(3백82억원)의 기금이 적립돼 있으며 현재 4백만파운드(76억원)를 추가 조성하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맥기한 학장은 대학 교수이면서 동시에 브리스톨에 있는 도시바유럽연구소 소장까지 맡고 있다. 그는 "대학 교수가 기업 연구소장을 함께 맡는 것이 영국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며 "최근들어 교수가 기업체 연구소를 맡거나 개인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맥기한 학장은 지난 71년 리버풀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85년부터 브리스톨대에 몸담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