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원장이 그런 얘기를 막 해도 되는 겁니까. 신용카드 사업을 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몇개 카드사는 없어져야 한다니,제 정신입니까."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한 조찬강연회에서 신용카드사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다" "신용카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결코 좋은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흥분했다. 요즘 신용카드 업계는 이 위원장의 강연 내용을 놓고 며칠째 비난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1,2년 후엔 카드사는 몇개 남지 않을 것"이라는 이 위원장의 발언을 아예 '망발'이라고 비난한다. 기업의 사활 여부는 대외신인도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중대사안인데 어떻게 아침밥 먹는 자리에서 태연하게 얘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카드업계 사람들은 연초부터 쏟아져 나온 금감원의 각종 규제로 수익성과 주가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중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는 금감위원장은 도대체 어느 나라 관리냐고 묻는다. 중견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금감위원장이 기업 사활 운운하면 동종업계 전체의 해외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다"며 "설사 카드업계 구조조정이 필요하더라도 말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며 혀를 찼다. 업계는 이 위원장이 말한 '합병을 통한 대형화 모색'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중견 카드사의 한 임원은 "올초부터 각종 규제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더니 이제는 밥그릇까지 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합병 중 제대로 된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합병을 언급할 상황이 아닌데도 합병을 얘기하는 까닭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의 강연 이후 금감원 관계자가 "적정이윤을 못내는 6개 카드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말한 대목에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금감원 때문에 불안해 영업을 못하겠다"는 업계의 지적을 이 위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관계자들은 한번쯤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기완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