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금융학(Behavioural Finance)은 경제학을 실험학문으로 여기는 실험경제학의 한 분야인데,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이 분야의 공헌자다. 행동금융학은 정통경제이론과 달리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신고전주의 경제학(neoclassical economics)이 말하는,이성적이고 효용 극대화적 결정을 내리는 인간형인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주식 투자자들은 실적 좋은 주식은 너무 빨리 팔지만,실적 나쁜 주식은 너무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 투자자 뿐만 아니라 회사 CEO들 또한 실패한 행동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고 손실 내는 사업분야를 그만두기보다는 실패 원인이 불리한 외부 영향이나 불운 탓이라 여기면서 나중에는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은 인간의 또 다른 잘못된 생각과 연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한다는 것이다. 특히 뜻밖에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1980년대 스웨덴에서 실시된 조사에 의하면,운전자들의 90%가 스스로를 '보통 이상으로 숙련되고 신중한 운전자'로 생각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지나친 확신'이 많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믿게 한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1983∼2000년 주식펀드가 연 13.3%의 수익을 낸 데 반해 일반펀드투자자들은 연 5.3%의 수익에 그쳤다. 일반펀드투자자들의 수익률 저조 원인은 사고 파는 시기를 잘못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비싸게 사고 싸게 팔았던 것이다. 한국 주가가 절정에 이르기 바로 전 주식투자펀드에 자금이 대량 유입된 사례가 있다. 불과 몇달 전 종합주가지수가 800,심지어 900일 때 매수했던 사람들이 지금 그보다 훨씬 낮아도 매수를 꺼리고 있다. 파생상품전략에는 효용이 있지만 주식투자엔 별 의미가 없는 손절매(Stop Loss) 규정을 따르는 기관투자가들을 포함한 많은 투자자들이 하락 시세에 내다 판다. 주식시장에서 큰 돈 벌기에 가장 좋은 기회는 '하락시세에 사는 것'이라는 것을 역사가 가르쳐 주고 있는데도 투자자들은 '상승시장에서 사고 하락시장에서 파는' 경향이 있다. 실험금융학에서 배울 두 가지 교훈이 있다. 조금 덜 고무적인 교훈은 불행하게도 '정통경제학의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것도 온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시장이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시장은 효율적 자본배분을 보증한다기보다 엄청난 자본 낭비와 심각한 경제적 고난을 초래할 수 있는 거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비합리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분별력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많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고무적인 교훈이다. 거품을 초기에 파악하고 피하기는 아주 힘들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용기있게 매수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역사는 주식시장이 언제나 저점에서 회복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결국에는 주식시장이 기업의 수익잠재력을 공정하게 반영하게 된다. 자유시장경제를 신뢰할만한 근거가 또 있다. 실험경제학은 사람들이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연과학분야에서는 매우 보편적이지만 경제학분야에서는 새로운 연구 방법인 '실험'을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소위 공산주의적 중앙계획경제라는 대규모 실험을 겪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러한 실험들은 실패와 재난을 초래했을 뿐이다. 자유시장이 완벽에는 못 미치지만,그래도 우리에게 최상임에 틀림없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버논 스미스 교수도 이를 지지한다. 그의 실험은 사람이 완전히 이성적이지는 못할지라도 많은 경우 그들의 의사결정은 경제이론이 예언한 결과와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