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회사정리·화의·파산법을 통합한 '도산법안'의 골격이 제시됐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물론이고,지나치게 복잡한 도산관련 법절차를 통폐합하는데 따른 실익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도 이 법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빚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는 개인들에게 파산을 피하고 신용회복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기회를 주는 개인회생제도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다. 통합 도산법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부실기업에 대한 법적 대응이 신속해진다는 점이다. 기업주 입장에선 부실 책임을 물어 대주주 지분을 소각하는 법정관리보다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화의를 선호하겠지만,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부실기업을 연명시켜 결과적으로 퇴출을 저해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화의제도를 폐지하고 기업주의 이해관계에 관계없이 실사결과에 따라 갱생 또는 파산을 법원이 신속하게 결정하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재산은닉이나 중대한 부실책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기업사정을 잘아는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임명하도록 허용한 것도 화의제도의 장점을 살린 현실적인 조치다. 경영을 잘한 법정관리인에겐 스톡옵션을 줄 수 있게 한 것이나,회생계획 인가시한을 크게 단축하고 인가전이라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사업양도를 할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취지로 이해된다. 문제는 입법취지를 살리면서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중대한 부실책임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임명하도록 한 대목만 해도 그렇다.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대주주 지분을 소각토록 한 현행 회사정리 규정은 도덕적해이 방지를 위한 것인데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이를 전면적으로 뒤집을 경우 자칫 과거처럼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식의 비리가 다시 만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개인회생제도 역시 남용이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도박이나 낭비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등 신청조건이 까다로운 개인 워크아웃제도와는 달리 특별한 제한이 없어 더욱 그렇다. 바로 그런 점에서 도산3법 통합취지를 살리려면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임명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화하고 신속한 파산제도 운영을 담보할 수 있게 법원조직도 개편하는 등 보완조치가 함께 취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