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부채비율이 연말엔 66%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포스코는 50% 수준이 될 모양이다. LG그룹은 1백30%에 이를 전망이고 SK그룹 역시 LG와 비슷한 1백30%대로 부채비율을 끌어내릴 계획이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수익위주 경영이 거둔 놀라운 성과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지난 98년 삼성그룹의 부채비율이 2백58%였으니 대기업들의 차입구조 개선은 눈을 씻고 다시 봐야할 정도다. 그러나 과연 이런 현상을 마냥 잘 되었다고만 할 것인가. 부채비율 하락이 확대재생산이 아닌 축소재생산의 소극적 경영활동의 결과라면 이를 환영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최근의 부진한 산업활동 동향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9월중 설비투자가 작년 9월에 비해 2.8% 증가에 그쳤다는 통계청 발표와 부채비율 추이를 묶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 2.8%는 시설 개체수요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히 낮은 수준을 의미한다. 시중금리도 낮고 기업 부채비율도 낮아 차입여건은 그어느때보다 좋은 편인데 왜 이렇듯 투자가 부진한가. 잠재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잡아 5%라고 하더라도 이의 몇배에 해당하는 설비투자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5%의 성장률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통계청의 산업능력지수 동향을 보면 이같은 상황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산업능력지수는 지난해 11월 156을 고비로 하강추세를 계속해 9월엔 154선으로 떨어졌다. 우리경제의 총체적인 능력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낮아졌다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기업투자 마인드를 되살려야 한다. 투자가 줄어든 결과로 부채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출자총액 한도 등으로 신규사업 진출을 막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신규출자를 '순자산의 25%'식으로 묶어 놓는 법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논란이 많은 사업다각화 문제 역시 기업에 맡기는 것이 옳다. 대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경기도 풀린다는 것은 두번 강조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이 풀리고야 중소기업이 풀어진다는 것도 상식이다. 기업의 손발을 묶어 놓고 오직 돈을 풀고 가계부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로 든다면 이는 거품을 만들어내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도대체 경제를 어디로 끌고가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긴말이 필요 없다. 정부는 기업들에 씌워진 낡은 족쇄를 풀어 경제구조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