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푸른 숲이 연결되고 시내 중심에는 아름다운 광장들이 들어서 지친 도시민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 집집마다 주차장이 갖추어지고 서민용 임대주택이 10만호나 건설되며 대중교통 체계가 전면 개편되면서 굳이 자가용을 타고 다니지 않아도 시내 어디든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으로 왕래할 수 있다. 도시의 하늘을 가렸던 먼지가 사라지고 수돗물은 고도정수 처리되며 시민이 살기좋고 동시에 기업경영도 활기를 띠는 그런 도시로 거듭난다. 호주의 캔버라나 미국등 선진국의 조용하고 한적한 중소도시 얘기가 아니다. 어제 서울시가 발표한 "비전 서울 2006"이 내걸고 있는 청사진의 주요 골자다. 실로 듣기에도 좋고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장미빛 설계다. 서울시가 마련한 도시발전 환경 복지 교통 경제등 10개 분야의 이들 3백50개 사업내용을 들여다 보노라면 왜 이런 아이디어를 아직껏 내지 못했는지 개탄해야할 정도다. 문제는 서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 웨어를 동시에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겠다는 이 거창한 계획들의 현실성 내지 실현가능성 여부다. 장미빛 꿈을 꾸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크고 작은 3백50개 사업을 추진할 예산이며 사업별 이해관계의 조정,공사과정에서의 엄청난 혼잡과 부작용들이 해결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울시는 예산을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서울시를 경영하면 재정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된다고 하지만 20대 핵심과제에 만도 4년간 14조9천억원이 투입된다는 것이고 보면 서울시가 내놓은 수치들은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시의 한해 예산은 올해기준으로 세입이 11조2천억원,세출이 11조8천억원이다. 경직성 경비등을 제외하면 사업비는 4조7천7백60억원이다. 어디서 4년동안 1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추가자금을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조차 없다. 기존사업을 전면 포기하지 않는한 고스란히 부채의 증가일 뿐이지만 여기에 대한 대책도 전무다. 더구나 사업별 예산부터가 적정하게 추정되었는지 의문스런 정도다. 예산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청계천 복원에 대해서도 지금도 찬반양론이 끊이지 않지만 시청앞 공원에 이어 광화문 공원과 남대문 공원까지 조성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과연 교통대책이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한 이해관계의 조정은 또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장미빛 설계도를 내는 것과 도시행정을 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서울시가 그것을 잊고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