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내달 1일로 합병 1주년을 맞는다. 국민은행은 합병이후 국내 최대 은행으로 부상한 뒤 성공적인 통합을 이룬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금융계에서는 합병 효과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어 아직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추가 금융빅뱅 속에서 최대 은행으로서의 국민은행 위상도 위협받고 있다. ◆국민은행 합병의 성과 29일 국민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185조원이던 옛 국민.주택 두은행 자산규모는 합병 1년가량이 지난 올 9월말 204조원으로 200조원을 넘어 세계 60위권 은행으로 도약했다. 총수신은 지난해 10월말 135조9천억원에서 140조9천억으로, 원화대출금은 92조4천억원에서 113조7천억원으로, 자기자본은 8조4천억원에서 10조3천억원으로 각각 증가하는 등 외형 성장을 이뤘다. 아울러 지난달말 합병과정의 최대 난제인 옛 국민.주택은행의 전산시스템 통합작업을 치명적인 오류없이 완료,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합병이후 두 은행 직원간 내부 갈등이 금융계에서 우려했던 만큼 심각하게표면화 되지는 않고 있다. 합병발표 직후 두 은행 노조의 강력한 발반에 이어 합병직전까지 지속된 옛 국민은행 노조의 합병 반대로 극심한 갈등이 예상됐으나 본부통합이나 전산통합 과정에서 은행경영에 타격을 입히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합병 성공과제 산적 국민은행은 하지만 수익력 증대 등 합병 시너지에 대한 시장의 확신을 얻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과제들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조5천129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7.0%, 충당금 적립전 이익도 3조1천990억원으로 18%가 각각 감소했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3분기에 이어 4분기 순이익 예상치도 낮게 보고 있는 등 합병 1년을 맞는 국민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또 합병직전 1만9천400여명의 직원수가 `원하지 않는 감원은 없다'는 김정태 행장의 약속이 지켜지며 자연감소분을 뺀 1만8천800여명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같은 원칙을 지켜가며 합병 시너지를 얼마나 극대화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이르면 내년부터 국민은행의 국민주택기금 독점이깨지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직원수를 언제까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인력구조조정도 국민은행이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산통합의 경우 안정화과정에서 잦은 고객불편을 초래하고 있고 새 시스템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옛 국민은행 직원 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는 점도 해결과제다. 강국신 국민은행 재무기획팀장은 "실적이 저조한 것은 신용카드 채권에 대한 충당금 증가와 자회사 정리로 인한 평가이익 감소 등 때문"이라며 "전산과 인사통합이무리없이 이뤄져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빅뱅속 위상 변화 가능성 신한지주가 최근 조흥은행 인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며 국내 은행업계의 판도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신한지주가 조흥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신한+조흥은행의 자산규모는 130조원에 이르며 국민은행(204조원)에 이어 2위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산규모 선두인 국민은행과 2위인 우리은행(96조원)과 벌어졌던 격차가 대폭 축소되는 동시에 3위로 밀려난 우리은행, 하나+서울은행(85조원)등과 함께 4강체제를 이룰 전망이다. 또한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인수가 현실화 될 경우 추가 금융빅뱅이 벌어지며 외환은행과 제일은행, 한미은행 등에 대한 합병 가능성도 열려 있어 국내 최대은행의시장 지배력 등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합병으로 국내 최대 은행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국민은행이 `선두'에서 `선두그룹 중 하나'로 바뀔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형은행 합병이 1년 만에 이같은 통합성과를 낸 것 자체가 성공적"이라며 "추가 금융빅뱅으로 인한 경쟁은행 등장도 불필요한경쟁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은행 대형화 추세속에서 국민은행 보다 뒤늦은 합병에 나선 은행들과 함께 합병 부작용을 누가 먼저 말끔히 해소하고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