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와 한국경제는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 서있다. 한쪽은 오르막길이고,다른쪽은 내리막길이다. 오리무중이다. 목적지가 어느 방향인지 알 수 없다. 미국경제를 보면 증시는 5년래 최저수준으로 폭락한 상태지만,주가수익률(PER)로 보면 여전히 높다. 더블 딥(이중경제침체)의 위험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9월 24일에 발표된 미국 연준리의 '베이지 북'은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째 하락했고,제조업 경기지표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을 방문한 존 테일러 미 재무부 차관이나 국제경제연구소(IEE)의 프레드 버그스턴 소장은,앞으로 미국경기 회복이 바로 이루어질 것이며 계속해서 2∼2.5%의 생산성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진단하기 힘든 갈림길의 미국경제인 것이다. 세계경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각화돼 있는 수출구조와 국내소비지출의 활성화로 6%나 되는 고도의 GDP 성장을 구가하면서 2% 이하의 실업률을 실현시켰다. 국내소비증대나 부동산가격 상승을 유동성 과잉에서 유발된 것으로 분석한 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자산가치의 버블을 막기 위해 콜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재경부는 "세계경제가 힘든데 우리경제만 독야청청하겠는가,도리어 경제활성화 정책을 계속해야 된다"고 반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내년도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금융개혁과 기업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력은 높아졌고 투명성 제고를 통해 외국인투자는 활성화돼 주식시장의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그러나 어두운 갈림길 상황에선 보수적 시나리오로 경제운영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경제여건이 비관적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 성장률이 2%의 예상보다 낮게 되고,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일본의 근본적인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달러화의 값어치가 평가절하되고,석유가가 26달러선에서 유지되고,미국주가가 계속 하락할 수 있다. 이러한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진 않겠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되겠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악재 중 달러화와 주가의 하락 가능성은 매우 높다. 올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5%가 넘는 4천5백억달러 수준이다. 달러가치 하락 없인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고,미국경제가 이제 '강한 달러'정책을 지킬 힘이 없다. 미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선 일본경제의 침체로 크게 평가절하되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 국가인 캐나다 중국 한국 등의 통화에 대해선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원화와 일본 엔화의 환율이 10대1이란 비율을 유지해 왔지만,이젠 1달러가 1백25엔,1천1백원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S&P500 지수가 정점에서 50%나 떨어졌지만,PER가 아직도 28배나 돼 50년간 평균인 15배,과거 약세장에서의 8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주가와의 동조화 현상이 한국경제의 건전성으로 차단되지 않는 한 국내주가의 상승기조도 약해질 수 있다. 원화의 값어치가 상승하고(환율 하락)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수출과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출증대 없는 국내소비에 의한 경제성장은 소비자도산 같은 새로운 경제문제를 야기시킬 것이고,주가하락은 '역부(逆富)의 효과'를 가져와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연초 한국경제를 진단할 때 "선거를 앞둔 한해였기 때문에 정치논리에 의한 경제정책이 있으면 안된다"고 주장했고,특히 인플레이션을 경계했다. 아직 선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들의 우려가 불식됐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세계경제불안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1929년 세계공황이,침체되는 경제여건 속에 급속한 통화긴축이란 우를 범함으로써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 경제대책을 세워 나가야 될 것 같다.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추세 하에선 인플레의 사회비용보다 경제침체의 피해가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ydeuh@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