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칠레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우여곡절 끝에 협상을 시작한지 3년2개월 만에 타결됐다. 협상 막바지에 칠레 금융시장 개방문제가 불거져 결렬되는 듯했으나 4년 뒤에 재협의하자는 칠레측의 제의를 우리측이 받아들여 타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한·칠레간의 교역규모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지만 이번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양국간 교역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본적인 기대효과 이외에 우리가 외국과 맺은 첫번째 자유무역협정인데다 현재 연구작업이 진행중인 한·일, 한·미간 또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의 추가적인 협상을 위한 시금석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이번 협정의 합의안 내용을 들여다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된다. 국내 농산물보호를 위해 무관세 적용 예외품목으로 우리의 비교우위품목인 냉장고 등 주요 공산품이 제외된데다 금융시장 개방문제 등은 뒤로 미루는 '반쪽짜리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그런 점에서 앞으로 운용성과를 보아 가면서 협정내용을 더욱 발전시키고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농산물 수입급증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큰 만큼 그에 따른 농가보호대책 등 후속조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협정체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앞으로는그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재경부 농림부 산자부 등 관련부처들이 자신들의 주장만을 고집함으로써 협상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막바지에는 연내 체결을 의식해 서두르는 바람에 칠레측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더욱 문제시하는 것은 그같은 잘못이 과거의 대외협상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던 고질적 병폐로 아직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협상을 교훈삼아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