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길음 은평 3곳이 "뉴타운"을 건설할 시범지역으로 확정됨에 따라 조만간 강북 재개발이 본격화될 것 같다. 서울시는 내년 6월까지 지역별로 특성에 맞는 개발계획을 각각 수립하고 내년 하반기에 주민 이주대책을 세운뒤 오는 2004년부터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강북개발이 생각보다 빨리 추진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어떻든 강북이 강남과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은 좋은 일임에 틀림 없다. 게다가 지역별로 입지여건에 맞게 차별화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해 강남으로만 몰리는 중대형 주택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막상 강북개발이 시작된다니 걱정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공사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서울시 교통난이 한층 더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직주형으로 개발되는 왕십리 일대의 경우 도심에서 가까운데다 청계천 복원공사까지 겹쳐 더욱 그렇다. 서울시는 뉴타운개발 10개년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발하면 큰 문제는 없을거라고 하지만,재개발 사업이 강북 전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예상되는 극심한 교통혼잡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몰두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대규모 개발에 소요되는 거액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점이다. 공사규모도 작고 해당구역내 주택개량에만 치중했던 과거의 재개발 사업과는 달리 이번에는 도로 상하수도 학교 등 도시기반시설을 정비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시가 기존의 재개발 방식외에 도시개발법상의 공영개발 방식을 함께 적용하겠다고 한 배경도 이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서울시 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사업규모가 확대될수록 재원문제는 큰 두통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철거되는 건물의 소유주나 아파트 세입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줌으로써 정착률을 높이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좋지만,가뜩이나 취약한 서울시 재정이 파탄상태에 빠지는 불상사가 있어선 결코 안될 것이다. 거꾸로 투자자금 부담을 줄이는데만 몰두한 나머지 과거 신도시건설 때와 마찬가지로 고밀도개발을 초래하는 졸속행정도 경계해야 마땅하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하면 강북개발 사업규모를 가능한 한 줄이고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그나마 대규모 공사로 인해 시민들이 겪을 불편을 최소화하고 재정압박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