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기업들은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자 전력을 기울인다. 해외에서 좋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인재를 유치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국내 인재는 제대로 유치, 활용되고 있을까. 미국의 한 전력회사에 새로 취임한 CEO는 인사담당 임원에게 채용기준을 물어 보았다. 그 임원은 '전력회사란 젊은이에게 그리 매력있는 직장이 아니어서 아이비 리그(일류대학) 출신을 채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는 '일류대 출신을 채용해 봐야 곧 떠나고,결국 그들의 채용 및 교육에 투자한 돈과 시간만 낭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없는,그래서 '전력사업'이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일도 기꺼이 하고자 하는 이류대 출신을 채용하는 데 주력한다고 했다. CEO는 새 인사담당 임원을 채용했다. '세계수준의 인재 없이 어떻게 세계수준의 기업을 만들 수 있는가.'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영대 학생 중 얼마나 많은 학생이 한국기업에 취직하고자 할까. 5%를 넘는다면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선호하는 직업 또한 의사, 판검사, 외국계 컨설팅사 또는 투자회사 사원, 변리사, 회계사 밑에 대기업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당사자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대기업 근무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한국기업이란 앞서 소개한 미국 전력회사 이상으로 우수 인재들에게 자랑스럽지 못한 직장이다. 기업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잘 나간다는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경쟁률이 2백대 1을 넘었습니다. 서울대 출신 지원자만 채용예정인원의 3배입니다. 다른 기업은 몰라도 우리는 필요한 인재를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우수한 인재가 이 기업에 지원했다면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IMF 이후 가중된 취업난으로 원하지 않지만 할 수 없이 지원한 경우와 그 기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의해 지원한 경우다. 전자의 경우 원하는 직장으로의 전직을 끊임없이 시도하고,마침내 기회가 오면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 후자의 경우 고민과 좌절을 거친 후 결국 떠날 것이다. 미국 전력회사와 마찬가지로 그 기업은 인재 채용 및 교육에 많은 비용만 치르고,그런 인재들은 똑똑하기는 하지만 충성심 없는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낙인 찍고,다시는 그런 사람들을 채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기업 경쟁우위의 원천이 '사람'이라고 믿는 기업은 그 기업에 관심 갖는 인재뿐 아니라 다른 곳에 관심 있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수한 국내 인재의 상당수가 국내 기업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인재 유치 노력의 10분의 1도 안되는 노력으로 국내 인재의 관심을 끌고 유치하는 것이 가능할까. 운이 좋아,또는 많은 노력을 통해 유치한 인재는 그들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여건이 조성돼 있는가. 누구나 할 수 있는,그리고 기계 부속품 정도로 느낄 수밖에 없는 업무를 부여하고,자부심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일률적인 대우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선 현명한 인재라면 그 기업을 당연히 떠날 것이다. 이는 어렵게 유치한 해외 인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학사회를 보자. 국내 대학의 많은 교수들은 해외 일류대에서 뛰어난 연구와 강의로 명성을 쌓은 분들이다. 그런 교수가 비교적 많다는 서울대의 경우 SCI 게재논문 기준 세계 44위를 했다고 한다. 외국 일류대에 비해 한국 최고의 대학이 월등히 떨어진다는 비난이다. 하지만 외국 일류대에 비해 3배에 달하는 강의,경영대의 경우 그들의 5분의 1도 안되는 봉급,과중한 행정부담,열악한 연구시설 및 연구비,도서관 장서수를 보라. 서울대 연구여건은 외국 초일류 연구대 여건이 아니라 '강의만을 위한 동네의 작은 대학(community college)'수준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서울대의 경쟁대상은 '초일류 연구대학'이 아니라 이들 community college인 것이다. 불충분한 국내 인재의 확보,그들을 좌절케 하는 열악한 업무여건…,오늘날 한국기업의 성과는 그야말로 '기적'이다. cpark@sn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