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갈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그곳에 기반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사업기반이 취약한 벤처기업이 해외진출을 추진할 경우 네트워크라는 단어는 성공을 좌우하는 키워드가 된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과 마케팅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판에 해외 네트워크를 발견한다는 것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전세계 한국인 벤처기업인의 비즈니스 협력모델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던 한민족 글로벌 벤처네트워크(INKE) 총회가 어느덧 제3회를 맞는다. INKE의 목적은 어찌보면 매우 단순하다. 10개국 교포기업인을 사귄다면 10개국에 해외지사를 설립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각각의 교포기업인이 1백개의 거래처가 있다면 결국 1천개의 외국 거래처를 확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 이 행사는 시작됐다. 인도 중국 이스라엘 등의 기술업체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로 성공한 3대 민족으로 중국인 인도인 이스라엘인을 든다. 이 세 민족의 공통점은 실리콘밸리 내에 매우 강력한 민족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각 부문 최고 실력자들 간의 경쟁이 이뤄지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요건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서 독자진출을 시도해 왔다. 글로벌 경영의 지름길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유태인이 조국을 잃은 뒤 2천년동안 뿔뿔이 흩어졌지만 인고의 세월을 극복하고 세계의 정치와 경제무대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도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벤처업계에서 올해는 여전히 힘겨운 한 해가 되고 있다. 그러기에 INKE가 갖는 의미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일단 같이 모일 수 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까지 INKE 모임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민족 벤처인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글로벌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대화들이 오고갔다. 이번 모임이 아무쪼록 벤처인들이 글로벌 경영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과 더불어 다시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고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