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는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된 전자현미경이 있다. 비정질물질의 정량 구조와 신물질의 미세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첨단장비의 하나다. 이 장비는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외부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주된 도입 목적이다. 그러나 지난 한햇동안 이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건수는 5백46건에 머물렀다. 화학연구원의 1년간 자체 이용건수(3천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원 국공립연구기관 등의 외부 공동 활용 실적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24.3%에 그쳤다. 사립대학의 경우 13%에 머물렀다. R&D 장비의 외부활용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 아니다. 공동활용이 가능한 장비도 50%선에 불과하다. R&D 인프라의 핵심인 연구개발장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외국기업의 R&D센터로서의 기능을 하기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조사결과 지난해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이 보유한 R&D 관련장비(1천만원 이상 기준)는 44만가지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1조8천억원 규모다. 기관별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57%를, 대학이 4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공동장비 이용자는 대부분 대학이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출연연구소의 장비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 고가 장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R&D 분야의 비밀유지를 위해 기업들은 고가 장비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업들은 오히려 생산기술연구원을 많이 찾고 있다. 생산기술연구원 장비 활용도를 기관별로 보면 기업이 90%를 넘고 있다. 기업의 수준에 맞는 기술들을 선정해 주고 상담도 해주기 때문에 생산기술연구원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산기술연구원의 최은경 박사는 "실제로 기업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며 "장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비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별 지역별 설비 집적화 추진 전략을 짜야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개국의 전략분야이면서 동시에 상호 보완적인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을 그 대표적 분야로 꼽을 수 있다. 지역별로는 기존의 테크노파크 및 지역기술혁신센터를 중심으로 거점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분야별 설비집적화 맵을 작성하고 관련자원을 효율적으로 결집, 벨트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역간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 국제수준의 시험생산설비 및 장비를 확충해야 =외국기업을 유인할 수 있도록 대규모 범용설비를 확보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북아 수요를 감안한 공동 활용 설비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일부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첨단장비의 확충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국내 장비중 특히 인기가 높은 것으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의 슈퍼컴퓨터와 포항공대의 방사광 가속기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방사광 가속기는 BT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건설을 추진중인 핵융합 발전연구시설과 KAIST의 나노팹종합 센터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정근모 호서대 총장(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새로운 첨단장비를 갖추는 것은 과학기술 역량을 세계에 과시하는 것"이라며 "첨단장비가 갖춰지면 신기술도 따라 들어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기업들이 첨단장치를 활용해 기술을 상용화하려고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 설비 집적화 단지의 국제화 역량을 높여야 =테크노파크와 기술혁신센터 가운데 동북아 R&D 허브로서 적정수준의 설비 집적화가 이뤄진 지역을 '동북아설비집적화센터'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 중국 등과 설비관련 정보교환을 촉진할 수 있는 가상공간상의 공동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재준 박사(기초과학지원연구원 중앙분석기기부장)는 "실제로 어떤 장비가 갖춰져 있는지를 외국기업에 알릴 수 있는 정보교류 시스템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삼성 포스코 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