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을 수상한 석학들의 대중과학 강연회가 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최영환)주최로 22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과학과 대중의 만남"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초.중.고.대학생과 교수 등 5백여명이 참석,그랜드컨퍼런스홀의 계단까지 메웠다. 1백여명의 학생들이 석학들의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첫번째 연사로 나선 에릭 코넬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41)는 슬라이드를 활용해 과학자를 꿈꾸던 어린시절 사진을 보여줬다. '머리에 사과를 얹은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처럼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자를 배우겠다며 대만과 중국에서 2년 동안 공부했지만 결국 도중하차하고 말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노벨상 시상식 때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인사도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버리는 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왜 과학자가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한시간여 동안 강연했다. 그 내용을 간추린다. 내가 물리학자가 된 데는 몇가지 계기가 있었다. 우선 물리학이 주는 거대한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꼈다. 물리학의 아이디어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고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특히 훌륭한 스승이 있었다는 점도 물리학자의 길을 걷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훌륭한 스승들 중 한분은 아버지인 알렌 코넬이다. 어렸을 때 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걱정이 된 아버지는 내가 잠을 잘 수 있도록 몇가지 문제를 던져주었다. 대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아버지는 창 밖의 달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손톱으로 달을 가릴 수 있지 않니.달이 지구에서 40만㎞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이같은 질문들을 던지고는 "잘 자라"고 했다. 아버지는 답은 주지 않고 질문만 했다. 이를 계기로 과학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습관처럼 돼 버렸다. 실험실에서 뿐만 아니라 어느곳에서나 항상 과학적인 문제를 생각한다.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존 샘프도 훌륭한 스승이었다. 그는 물리학의 개념을 소개했다. 그를 통해 기계적인 세계에 살고 있으며 전세계는 하나의 기계라는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뉴턴의 법칙과 전기장 자기장에 대한 맥스웰의 법칙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돈을 어떻게 벌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에 대해 물리학은 답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리학을 그만두려고까지 했다. 과학을 잘 했지만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세계로 나가서 정치,언어,동아시아 등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동아시아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물리학 학위도 있고 인연이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과학자가 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도피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후 동아시아 언어를 좀 더 배우고 싶어서 대만 중국으로 갔다. 한자를 거의 2년 동안 공부했지만 6∼7세 정도의 수준에 그쳤다. 위기감을 느꼈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다 쉬운 것,즉 물리학을 하기 위해서였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에릭 코넬 교수는 >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출생으로 지난 85년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 90년에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95년 스승인 칼 위먼과 함께 원자들을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에서 서로 응집시킬 수 있다는 "보스-아인슈타인 응집가설"을 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이같은 연구성과로 2001년에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