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지만 2위는 뇌혈관질환,3위는 심장질환이었다(통계청 '2001년 사망원인 통계조사'). 더욱이 뇌혈관 및 심혈관 질환은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에선 돌연사의 절반이 심혈관 질환에 의한 것이라고 할 정도다. 고혈압은 이런 혈관계통 질환을 일으키는 주 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혈압이 전세계 심장병의 50%를 유발한다고 하고, 한방에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목이 뻐근하며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뻣뻣해지는 등 고혈압 증세가 심화되면 3년 안에 뇌졸중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한다. 고혈압이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지고 이의 예방과 치료책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까닭일 터이다. 실제 WHO는 전세계 인구의 10∼30%가 고혈압에 시달린다며 이를 막으려면 운동으로 체지방을 줄이고 야채는 많이,소금은 적게 먹고 흡연량을 조절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HLBI) 또한 하루 30분이상 운동하고 체중을 관리하며 야채와 저지방식품을 즐기고 바나나 녹색콩 등에 든 칼륨을 충분히 섭취하고 술을 줄이라는 등의 고혈압 예방지침을 내놨다. 하버드 의대와 오키나와 국제대가 25년간 세계적 장수촌인 일본 오키나와 의 생활을 연구한 끝에 발표한 장수 비결 역시 다르지 않다. 신선한 물과 야채 잡곡을 많이 먹고,동물성 음식과 술 담배를 줄이며,운동하고,긍정적인 사고를 지니라는 게 그것이다. 결국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에 따른 몸무게 관리,밝은 태도 등이 고혈압은 물론 일반적 건강관리의 기본이라는 결론에 닿는 셈이다. 그러나 건강관리를 위한 과도한 '바른 생활'은 오히려 혈압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보도다. 일본 도쿄의 지케이(慈惠) 의대 병원이 음주 절제,아침 챙겨먹기,체중관리,적당한 수면 등 미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의 '7가지 건강습관'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더니 다 지킨 사람의 수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수도 지나치면 소용없는 모양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