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2년 북한에서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져 세계인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제3기 대의원선거에 전 유권자가 1백% 투표에 참가했고,입후보자 모두는 1백% 득표율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김일성집단에 반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예는 여럿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니야조프는 92년 대통령선거에서 99.5%라는 지지를 끌어냈고,우즈베키스탄의 카리모프 대통령 역시 95년의 국민투표에서 99.96%의 찬성을 얻어 임기를 5년 연장했다. 모두가 철권통치자로 지칭되는 인물들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도 이 진기록의 대열에 뛰어 들었다. 15일 실시된 대통령 연임투표에서 무려 1백%라는 득표율로 7년 임기를 보장받은 것이다. TV 등 매스컴은 연일 영웅찬양에 여념이 없고 각계각층의 충성서약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사담에게 영혼과 피를 바쳐 희생하겠다"고 외치며 광란속에서 밤을 지샜다는 소식도 들린다. 불과 얼마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가 이라크 현지를 다녀와서 쓴 르포기사를 보면 이라크 국민들이 후세인을 그토록 신뢰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에 대한 전의를 다짐하며 '타도 미국'을 외치고 있지만 후세인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란과의 8년 전쟁,90년 쿠웨이트 침공 등으로 야기된 피폐한 생활고로 소외계층의 불만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한다. 1백%의 득표율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강제된 사회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결과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후세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서방세계에서는 '독재자''살인마'로 낙인 찍혀 있는 반면 이슬람세계에서는 서방에 맞설 '유일한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기도 하다. 이라크에는 그의 사진이 거의 모든 간판에 등장하고,동상만도 전국에 걸쳐 1천여개나 된다고 한다. 북한 김정일과 함께 미국에 의해 악의 화신으로 지탄받고 있는 후세인의 '1백% 득표율'은 여러 모로 씁쓸하기만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