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다임러벤츠-크라이슬러-미쓰비시 등 4사가 전격 합의한 구매분야의 협력은 단순한 공동구매 차원을 뛰어넘어 부품사업에 대한 포괄적인 제휴를 의미한다. 4사는 승용차 상용차 등 완성차에 이어 부품사업으로까지 제휴를 확대함으로써 보다 경쟁력있는 '글로벌 팀워크'를 다지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원가절감과 부품의 품질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 돼 '글로벌 톱5'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제휴 어떻게 진행되나 공동구매는 무엇보다 각 사의 원가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4사는 분기별로 정례 구매본부장 회의를 열어 공동구매 아이템을 선정키로 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에 포진한 4사가 막강한 구매력을 발휘할 경우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산된다. 공동 구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4사간 부품정보 공유와 기술 교류.현대·기아차 구매본부 한 관계자는 "예컨대 납품받고 있는 쇽업쇼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나머지 3사에 연락해 문제점을 서로 분석하고 평가한 뒤 기술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특정 부품아이템을 놓고 4사 협력업체 제품을 비교한 뒤 가장 품질이 좋고 가격 경쟁력 있는 부품을 골라 공동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사는 저렴한 비용을 들여 양질의 부품을 조달할 수 있어 비용절감의 시너지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입장에선 자동차 품질을 평가하는 눈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도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현대차 혼자 부품성능을 테스트하는 것과 나머지 3사가 함께 보는 것은 천양지차"라며 "선진메이커의 고급 기술을 배우는 호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현대의 위상 이번 4사의 부품분야 제휴는 현대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자동차시장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다임러 동맹'에서 현대의 위상은 더욱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휴는 현대차가 크라이슬러가 합의한 틀에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가 가세하는 형태로 전개됐다. 원가절감에 고민하던 크라이슬러와 미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차가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 부품분야 제휴의 시작이다. 수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두 회사는 부품 공동 개발 및 구매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데 공동 보조를 맞추자고 합의했던 것.여기에 다임러와 미쓰비시가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글로벌 동맹으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 2000년 6월 현대차가 다임러와 자본제휴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발표할 때만 해도 아쉬운 쪽은 현대차였다. 당시 1백50만대 남짓 되는 생산규모로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 속에 제휴 파트너를 찾았고 다임러에 10%의 지분을 넘겨주고 나서야 글로벌 동맹에 편입될 수 있었다. 해외 메이커들은 앞서 미쓰비시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다임러가 현대차를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았다. 그러나 현대차의 제품 개발력이 단기간에 향상되고 북미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자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 미쓰비시가 현대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결국 현대차와 다임러는 지난해 상용차엔진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지난 5월에는 미쓰비시까지 합류해 승용차 엔진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급기야 부품부문까지 협력이 이뤄지면서 현대차는 파트너들과 대등한 관계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