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리학 화학 의학 등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은 미국 영국 일본 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에 돌아갔다. 기초과학이 튼튼한 기술강국들의 수상이라고 할 만하지만 3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다시 되돌아 보게 한다. 그동안 독창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일본이 어떻게 그런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우리로서도 주목할 일임에 틀림없다. 기업과 정부를 포함한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일본은 매년 우리의 10배 정도에 달하는 연구개발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설명이 다 되는 건 아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등 선진국의 기초연구 성과에 무임승차해 응용과 개발에만 몰두한다고 비난받았고, 이로 인해 심각한 무역마찰을 빚아왔던 일본이다. 그런 일본이 90년대 들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 기업 모두 기초연구 투자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역시 토양적 조건이라고 할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단지 노벨상 차원에서가 아니라 첨단기술로 갈수록 기초와 응용이 구분되지 않는 추세이고 보면 이는 생존차원에서 절박한 과제이기도 하다. 물론 투자만으로 충분한 것은 결코 아니다. 환경적 조건도 중요하다. 이번에 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고시바 도쿄대 명예교수나 화학상 공동수상자인 다나카 시마즈제작소 연구원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고,실패를 탓하지 않는 소속조직의 연구환경이 큰 도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내용이다.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에서 과거와 달리 미국이 프랑스 독일 등 유럽보다 많아지는 이유는 자율성과 독립성에 있다는 것이다. 관료주의와 정부간섭은 노벨상 수상과 반비례한다는 얘기다. 우리 교수들과 과학기술자, 그리고 대학 연구소 기업들은 어떤 환경인지 이번 기회에 되돌아 볼 일이다.